고령화가 만든 비정규직 ‘역대 최대’… 임금 격차도 가장 컸다

입력 2025-10-22 18:39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5년 사이 비정규직이 114만명 늘면서 올해 비정규직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기는 등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비정규직 증가 및 임금 격차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늘었지만 전반적인 사회보장 수준은 후퇴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2일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명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로, 2020년 742만6000명에서 5년간 114만2000명 늘어났다. 다만 정규직도 16만명 늘어 전체 임금근로자(2241만3000명)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2%로 전년과 같았다.


비정규직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에서 증가세가 뚜렷했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304만4000명으로,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지난해보다 23만3000명 늘어나며 2021년 27만명 증가 이후 4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체 비정규직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5.5%로 전년 대비 2.3% 포인트 상승했다.

송준행 데이터처 고용통계과장은 “60대는 인구 증가뿐 아니라 고용률 상승의 영향도 받았다”며 “특히 보건·사회복지업 부문에서 많이 늘었고, 정부의 직접일자리사업 가운데 노인일자리 참여 비중이 높은데, 여기에 비정규직이 많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비정규직도 전체의 57.4%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여성 비정규직 비중은 2007년 48.9%였으나 2008년부터 남성을 앞지른 뒤 꾸준히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여성은 491만8000명으로 7만4000명 늘어난 반면 남성은 365만명으로 3만5000명 증가했다.

비정규직이 늘었지만 근로여건은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8월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약 180만8000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89만6000원, 비정규직은 208만8000원이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11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4000원 줄었다.

송 과장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04년 임금 형태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라며 “시간제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이런 특성이 비정규직 전체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보장 수준도 전반적으로 후퇴했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37.1%, 고용보험 53.7%로 각각 0.4% 포인트, 1.0% 포인트 하락했다. 퇴직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46.0%, 상여금을 받은 근로자는 39.7%로 모두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감소했다. 노동조합 가입률도 48.5%로 0.8% 포인트 줄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