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검찰의 무리한 별건·압박 수사에 갈수록 엄격해지는 법원의 재판 경향성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깐깐해지는 법원 판단은 12·3 비상계엄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3대 특검 수사와 공소유지에도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김 창업자 1심 재판 선고에서는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 재판장 양환승 부장판사의 이례적인 검찰 작심 비판에 법조계 시선이 쏠렸다. 양 부장판사는 선고를 마친 뒤 “강도 높은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그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는 지양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창업자 사건처럼 법원이 검찰의 과잉 수사에 엄격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제수사의 핵심 수단으로 여겨지는 구속영장 발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2만7948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지만 발부율은 76.9%로 꾸준히 감소세다.
특검 등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도 높아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중앙지법에는 1만9280건의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됐고 그중 3.43%인 662건이 기각됐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 사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여도 별건이거나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판단 근거에서 배제하는 판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과 피고인 인권 등에 대한 법원 내 공감대가 넓어지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런 경향성은 별건·압박 수사 논란에 휩싸인 특검에는 넘어야 할 벽이다. 김건희 특검은 최근 경기도 양평 공무원 정모(57)씨 사망사건으로 강압 수사 지적을 받고 있다. 정씨가 남긴 자필 메모에는 특검의 압박 수사에 대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잇달아 ‘별건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구속한 14명 중 절반 이상의 공소사실에 김 여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별건을 통해 관련자를 압박하는 수사 방식은 검찰개혁의 명분이 된다. 검찰 수사 관행에 대한 법원의 제동이 이어질 경우 향후 검찰개혁 후속 입법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등을 주장하는 검찰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별건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또 사건의 난이도는 어려워지는데 수사하는 입장에선 고충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