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첫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극우 인사로 분류돼 왔지만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시사했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배우자 동행 없이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를 찾을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중처럼 국빈 방문은 어렵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약식이 아닌 최소 30분가량의 정식 회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우익 성향 역사관을 보인 만큼 취임 전부터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가 양국에서 동시에 나왔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수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정부 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총리로서의 행보는 정치인 시절과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양국의 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현실적 외교 노선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총리의 측근 등 정·관계 주요 인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하고 APEC 정상회의에서의 일정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 내각에서 한·일 간 셔틀 외교를 이어가고,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 민간 등 다양한 채널에서 협력을 이어나가자는 뜻을 전달했다. 특사가 아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 신임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고,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새 내각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도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한국에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했다. 그는 전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제게) 여러 우려가 있는 듯하다”고 운을 뗀 뒤 “저는 한국 김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본다”고 말했다. 또 한국을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하며 “일·한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이 대통령과의 회담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각국 정상과 만날 귀중한 기회”라며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최승욱 나성원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