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협의를 위해 사흘 만에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두 가지 분야에서 여전히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며 “미국이 원하는 최종안이 아니라 우리 국익에 최선이 되는 협상안을 만들기 위해 간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 1분 1초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부 합의만 담은 양해각서(MOU)를 발표하는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일부 합의된 사안이 있더라도 APEC이라는 특정 시기를 이유로 서명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PEC 개최 전 조급히 성과를 내기 위해 특정 분야만 합의하는 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괄적 타결 후 발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워싱턴 정상회담 당시 통상 부문이 마무리되지 않아 발표가 보류됐지만 이번에는 통상 분야를 포함해 양국 간 잠정적으로 합의된 성과가 한꺼번에 발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은 상대가 있고 상황이 시시각각 변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협상을 진행한 뒤 지난 19일 귀국했다. 김 실장은 당시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다만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 있어 부처가 이를 검토하고,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협상 경과와 남은 쟁점에 대해 대면 보고한 뒤 이번 방미를 결정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동행해 러트닉 장관과 통상·투자 분야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500억 달러 대미 펀드와 관련해 “투자금 중 현금 비중을 얼마나 둘지, 펀드의 투자처를 어떻게 결정할지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 부분이 합의되면 사실상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장관 역시 지난 귀국 당시 “미국 측에서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상 의제에는 원전 폐기물 재처리 문제와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폐기물 재처리 문제는 지난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이견을 좁혔다. 농산물 문제의 경우 현재 비중이 크지 않은 협상 의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논의 대상 품목 중 하나인 대두의 경우 언급이 오간 수준이고, 미국 측이 관심을 표명한 정도로 협상이 진행되거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미국은 한국의 농산물 개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연계해 발표하는 구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