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웨딩 시즌이 다가오며 백화점 명품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수 소비가 부진했던 3분기에도 고급 시계와 주얼리를 중심으로 명품 소비가 크게 늘었다. 혼인 건수가 증가한 데다 “집은 못 사도 예물은 명품으로 산다”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9월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두 자릿수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35.0%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36.0%, 현대백화점은 38.4% 늘었다. 특히 예물용 고급 시계와 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식 수요가 몰리는 10~11월을 앞두고 혼수·예물 구매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혼인 증가세는 통계청 자료로 확인된다. 지난 7월 혼인 건수는 2만394건으로 전년 동월(1만8811건) 대비 8.4% 증가했다. 2022년 4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세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식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명품 예물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물은 상징성과 자산 가치를 동시에 지닌 품목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까르띠에, 티파니, 부쉐론, 반 클리프 아펠 등 하이주얼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롤렉스와 오메가 같은 고급 시계도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맞춰 백화점들도 관련 매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등 핵심 점포에 프랑스·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쇼메를 판교점에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서울 본점에 반 클리프 아펠과 그라프를 동시 입점시켰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제이콥앤코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명품 주얼리 인기에는 국제 금 시세 상승세도 작용했다. 올해 초부터 금 시세가 꾸준히 오르며 주얼리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 그러자 오히려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작동하며 수요가 만들어진 모양새다. 다만 최근 금값 상승세가 주춤하며 주얼리 수요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금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럭셔리 브랜드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수요는 감소할 수 있어도 공급 측면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오메가는 다음 달 1일, 불가리는 10일 자로 각각 올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가격 인상에 나선다. 티파니는 5~10% 인상을 예고했다. 국내 브랜드 골든듀와 미꼬도 이달 말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까르띠에와 샤넬은 올해만 세 차례씩 가격을 올려 예비부부들을 포함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