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 내내 폭염 가장 취약 지역이 서울 양천구?

입력 2025-10-22 18:29

정부가 32억여원을 투입해 만든 기후위기취약성평가도구(VESTAP·베스텝)가 매년 의미 없는 평가 결과를 내놓으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근거 없는 낙인찍기’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베스텝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가뭄, 산불 등에 대한 지역별 취약성을 평가하는 웹 기반 도구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베스텝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4년 연속 폭염에 가장 취약한 지역 1위는 서울 양천구, 가장 덜 취약한 지자체는 강원 평창군이었다. 상위권, 하위권 각각에 포진한 지자체들은 매년 유사했다.

순위 변동이 거의 없는 이유는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으로 점수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폭염 취약성 평가는 온열지수와 인구밀도, 인구당 의료기관 수와 소방서 인력 등의 지표를 기반으로 측정된다. 기온과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낮은 평가를, 서늘하고 거주 인구가 적은 강원 지역 지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소 왜곡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매년 폭염 취약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북 봉화·청송군, 전북 장수·무주군 등은 의료 및 소방 인프라, 지역경제 규모 등이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낮은 기온과 인구밀도라는 구조적 요인 덕에 폭염에 강한 지자체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들 사이에선 베스텝이 신뢰성 있는 평가로 인정받지 못한다. 정부도 대외 공표를 못 하는 실정이다. 기후부는 2018년 베스텝 기반 ‘폭염 취약성 지수’를 최초 공개하면서 “지수를 지속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범부처 폭염대응 정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반발이 빗발치자 바로 다음 해부터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용우 의원은 “매년 뻔한 결과만 나오는 비공개 줄 세우기가 지자체 기후적응정책에 어떤 긍정적 유인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평가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