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현실적인 민생 과제다. 그런데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여야가 또다시 정치 공방에 빠졌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논의가 민생보다 정쟁으로 기울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서울시 야권 성향 15개 구청장들은 22일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주민 재산권을 침해했다”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반면 여당 소속의 10개 구청장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중에는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가 발생한 노원·강북·금천구도 포함돼 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노도강’ 지역에 양해를 구할 정도였지만, 일부 같은 여당 소속 구청장들은 침묵했다. 주민 불만이 큰 지역의 수장들이 정치적 고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야말로 아이러니하다.
이번 구청장들의 집단행동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전략적 행보로도 읽힌다.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과 주택 공급 지연, 재산권 침해 논란 등 부동산 쟁점을 선점하면 선거 국면에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어렵고, 지역 개발이 지연될까 속앓이만 하는 처지다. 민생 현장이 정치 셈법에 갇힌 모습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권의 대응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부동산 대책 지원 TF’를 꾸려 “입만 열면 거짓말인 국민의힘 공세”라고 하자, 국민의힘도 ‘부동산 정상화 특위’를 발족해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린 최악의 정책”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주택 정책 TF가 표심을 겨냥한 정치 이벤트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주거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 삶의 문제이자 민생의 본질이다. 정치가 이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는 순간, 정책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정책이 시장의 안정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휘둘리면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여야는 서로를 공격하기보다 실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민생을 정쟁의 무기로 삼는 정치, 그 끝은 국민의 불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