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경제 큰 장 서는 APEC 앞두고 정쟁 중단해야

입력 2025-10-23 01:30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지속 가능한 내일-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방한한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1700명의 글로벌 기업인들도 총출동한다. 근년에 보기 어려웠던 외교와 경제 빅 이벤트가 한꺼번에 열리는 것이다. 주최국인 우리로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글로벌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무역과 관세 문제를 다룰 미·중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원만한 합의가 도출돼 세계 경제가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 양자 회담을 앞두고 있다. 미국과 동맹을 더 돈독히 해야 함은 물론, 중·일과도 우리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우호적인 양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기업인들의 ‘CEO 서밋’도 중요하다. 젠슨 황 외에도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참석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서밋에서는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에너지, 바이오 등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는데, 이들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APEC 행사 전후로 수행원과 경제인 등 전 세계에서 2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방한 규모가 큰 만큼 민관이 합심해 손님맞이에 빈틈이 없어야 하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큰 국제 행사를 앞두고도 우리 정치권은 연일 정쟁으로 대립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욕설, 삿대질, 고성이 난무하고 걸핏하면 상대 진영으로 우르르 몰려가 항의하는 요즘 국정감사 풍경을 방한 외국인들이 보게 될까 벌써부터 낯이 뜨거워진다.

이런 걱정에서인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어제 “APEC 기간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국익 추구에 한마음 한뜻이 되자”고 제안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해외 관계자들이 이미 지난 주부터 속속 방한 중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오늘부터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부터 모범을 보이고 국민의힘도 적극 호응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일 기회인데, 후진적인 정치로 되레 국격을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