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이어 파리 자연사박물관도 털렸다

입력 2025-10-23 01:06
프랑스 파리 경찰이 19일(현지시간) 루브르 박물관 앞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폴레옹 시대 황실 보물 여러 점이 도난당해 당국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20대 중국인 여성이 전시된 금괴를 훔쳐 달아난 사건이 벌어졌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금괴 6점을 훔친 24세 중국인 여성이 중국으로 도주하던 중 체포됐다. 파리 검찰청에 따르면 범행 당일 프랑스를 빠져나간 이 여성은 중국으로 돌아가려다 지난달 30일 국제 공조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붙잡혔다. 검찰은 그를 조직적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는 체포 당시 약 1㎏의 녹인 금 조각을 버리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절도범은 범행 당일 오전 1시쯤 박물관에 침입해 오전 4시쯤 박물관을 빠져나갔다. 현장에선 드라이버와 톱, 토치, 용접기 연료용 가스통 등이 발견됐다. 박물관 문은 원형 톱으로 잘렸고 금괴가 전시된 지질 광물학 전시관 진열장은 절단기로 파손돼 있었다. 박물관 관장은 “매우 전문적인 절도단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도난당한 전시물은 18세기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기증된 볼리비아산 금덩이, 1833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1세가 박물관에 기증한 우랄산맥 금덩이, 19세기 후반 골드러시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덩이, 1990년 호주에서 발견된 5㎏ 상당의 금덩이 등이다. 검찰은 피해 규모가 150만 유로(약 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금괴의 행방을 찾는 한편 공범을 추적 중이다.

‘문화 강국’ 프랑스의 세계적 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폴레옹 시대 황실 보물 8점이 도난당해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수사를 지휘하는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도둑맞은 보물의 가치가 8700만 유로(1445억원)를 웃돈다고 밝혔다. 그는 “도둑들이 훔쳐 간 보석을 쪼개거나 녹여서 판매하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이 보석을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