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회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올해 다섯 번째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독자위원장),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 팀장(이상 독자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독자위 간사)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일보의 보도 방향와 개선할 점 등을 두루 논의했다.
△안민호 위원장=특정 주제나 어젠다에 집중해서 이슈의 다면적 측면을 볼 수 있게 하는 기사 배치가 눈에 많이 띄었다. 예전에는 기사들이 낱개로 분리돼 있어서 좀 더 길고 깊고 연결된 기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었는데, 그런 문제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느꼈다. 기계적인 편집보다는 주제별로 묶어서 관련된 기사 배치하면서 넓고 깊게 보도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10월 1일자 배임죄 폐지 관련 기사들은 분량도 충분하고 분석적이어서 정보적 가치가 뛰어났다. 17일자만 보더라도 보면 단순한 나열식이 아니라 한·미 협상 등 이슈 중심적으로 타이틀과 함께 여러 기사들이 집중 배치돼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정보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 말하자면 검찰·사법개혁과 한·미 관세협상 문제 등은 다른 것과도 다 연결되는 복합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다루냐가 저널리즘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일보는 잘 보도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실제로 검찰·사법 개혁이나 관세 협상은 매우 오랜기간 또 자세히 넓고 깊게 타이틀을 가지고 보도가 이뤄졌고 그러다보니 국민일보만의 논점이라든지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복잡한 현상, 사건을 연결하고 해석해주는 ‘그림 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성공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나 한다. 예컨대 9월 10일자 1·3면에 파견검사 복귀 요청 기사의 경우 국민일보가 꾸준히 발전된 현상을 보도하는 프레임에 근거해서 체계적으로 썼다. 다른 언론에 비해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법원 판사 증원 기사도 수준 높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좋은 얘기만 했으니 약간 지적하고 싶은 내용을 말하면 10월 10일자 1·3면 원화가치 하락 관련한 기사가 있었다.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이고 관세 협상과 관련된 것인데 그 기사 내용 중에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유 역대 최대’라는 제목과 함께 ‘금값이 굉장히 올랐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밑에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 설명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 때문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 높아진다’고 설명했는데 바로 앞부분에 나온 금은 위험자산이 아니어서 헷갈린다. 모든 게 다 오르는 상황이고 어떻게 보면 돈이 많이 풀려서 그런 것인데 위험자산 선호와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독자들은 헷갈릴 수도 있었겠다.
△이대기 위원=최근에 여러 이슈를 중점적으로 봤다. 우선 물가 문제가 심각하다. 9월 14일자에 농산물 유통 부담 심화 관련 기사 있었고 15일자 사설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썼는데 공감한다. 우리나라 특히 생필품 물가, 식자재 물가가 실제 유럽이나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사를 깊이 있게 찬찬히 읽어봤다. 농산물 소비자물가가 심각한 상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정리해서 좋은 기사였다. 가격이 올랐다는 팩트 뿐 아니라 누가 얼마나 가져갔는지, 생산자와 유통자 몫을 짚어서 좋았다. 수입을 차단하거나 외국산 농산물을 막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농민과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고 우리 유통업자들의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로 보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짚어주는 후속기사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입물 제한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통해 더 부담이 되는 구조가 되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런 건 좀 더 후속보도나 심층분석을 하면 좋겠다.
얼마 전 노벨상이 발표됐을 때 일본 수상자들이 또 나왔다. 10월 15일자 ‘일본 27, 한국 0… 5지선다형 굴레 벗어야 과학노벨상 보인다’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의 기초과학 교육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기사에서 문제 제기는 명확했는데 그 해결책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었다. 질문이 중요한 학교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교사의 평가기준이나 구체적 대안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최화진 위원=8월 말에 ‘너무 빨리 다가온 AI, 준비 안 된 한국’이라는 기획 시리즈가 있었다. AI 고용 쇼크에 대한 이유, AI 의존이 너무 심하다, AI 쇼크, AI 과잉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까지 잘 봤다. AI가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활용되는데 그 부작용, 위험성을 살펴본 좋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다만 ‘준비되지 않았다’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어떤 대응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다. AI 기본법에 고용쇼크에 대비한 전문가 양성, 생성형AI 규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설치 등 대응책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을 함께 언급하면서 그 법이 국민을 보호하기에 충분한지, 또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함께 언급했으면 문제제기와 해법을 모색하는 더 좋은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위원=환율 관련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인데 경제가 어떻게 되는 건지, 괜찮은 건지 걱정이 많다. 국민일보도 속보부터 사설까지 다양하게 매일 나오는데 시의성이 있다.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변동하면서 최고치에 가깝게 나오고 이런 급등이 금융자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처리해서 좋았다. 다만 왜 이 시점에서 환율이 급등했는지 좀 더 상세하게 맥락이 드러나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어 미·중 무역갈등 때문이냐, 금리 차이냐, 외환당국 개입이냐 이런 부분이 더 있으면 다른 기사와 차별화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 환율이 급등하면 어떤 리스크가 있는 건지, 가계부채 부분에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실질적 가이드도 포함되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관세에 대해서도 비슷한 측면으로 접근 가능한데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라는 게 미국이 원하는 걸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고 대통령실도 얘기한다. 감당할 수 없으면 협상의 대상이 아닌데 정부는 잘 하고 있다지만, 우리 정부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협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 측면을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서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 위원장=환율, 관세 문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들이고 사법개혁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도 잘못 판단하거나 전문성이 떨어져서 역효과가 나는 제도나 법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 견해나 지식이 필요한데 그걸 단순하게 몇 마디 따오는 것보다는 그 사람들의 콘텐츠를 국민일보가 제공받아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한다. 오피니언 뿐 아니라 일반 기사에도 전문가가 작성한 내용을 같이 연결해서 배치하면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 기자 혼자 다 쓰는 데는 한계가 있고 외부인력을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10월 11일자에 러닝크루 민폐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런라니’라는 조어도 처음 봤는데, 다른 세대의 관심사나 신조어 배우는 재미도 있다. 전체적으로 러너들의 에티켓 문제가 주목을 끌었는데 전체적으론 러닝 크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다. 이 문제가 단순히 성숙하지 못한 러너들의 문제인지, 에티켓의 문제인지, 다른 맥락에서 살펴야할 부분도 없는지도 보면 좋았겠다. 러너뿐 아니라 자전거 타는 분들도 굉장히 위험하다. 외국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해외 사례 등을 후속보도 식으로 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위원=10월 14일자 지면에 ‘2000년대생, 새 연금법 시행 땐 돌려받는 비율 1위→꼴찌’ 기사가 있었다. 관심이 있어서 읽어봤는데 2000년대생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어떻게 보면 2000년대생한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후속 기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세대별 형평성에 주목해서 주목도가 높았고 구체적 데이터도 가져와서 객관성을 확보했다. 다만 보충했으면 하는 부분은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이걸 진행해야 하는 정부 입장이나 반대하는 입장,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견해를 담으면 좋겠다.
덧붙이고 싶은 건 독자들을 위한 용어 해설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수익비’ 표현은 익숙한 사람들은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또 이 기사를 토대로 심층적으로 들어가서 2000년대생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우리는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우리는 권리나 보상받는 방법은 없나’ 등 이들이 주장할 수 있는 부분과 또 자신들의 권리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이 뭔가 토론도 있으면 좋을 듯하다. 연금은 나의 노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그렇다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더 깊이 있고 심층적인 보도를 할 필요가 있겠다.
△최 위원=9월 16일자에 ‘뷰티 디바이스’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 전문 관리숍에 가지 않고도 홈에스테틱이 세계적으로 인기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미세전류 초음파 등을 접목해 인기 끌어서 뷰티 디바이스 매출이 크게 뛰었다는 보도다. 그런데 이런 디바이스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안전성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은 것 같다. 소비자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함께 다뤄주면 좋았겠다.
△이 위원=요즘 캄보디아 상황도 많은 보도가 이어지는데,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연속성 있고 현장성 있게 잘 보도하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보이는데 캄보디아 현지 자경단을 인용할 때 공식 확인된 게 아닌데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측면이 보인다. 팩트체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겠다. 당사자 입장이나 수사기관 코멘트 등도 있었으면 좋겠다. 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가 왜 많은가에 대한 구조적 이유를 다루면 좋겠다. 통계 등을 보강하면서 왜 캄보디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등을 심층보도한다면 차별화된 기사 되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조심해야 할 부분이 고문 흔적 등등 피해자를 묘사할 때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는데 유가족 정서를 감안해 사진과 기사 등 표현 선택에 있어서 기준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예방책이나 대응책 등도 소개하면 좋겠다. 취업제안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거나 현지 프로토콜, 비상연락처 등을 제공해서 독자들에게 이런 것도 있구나 인지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정리=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