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고 시선·손짓으로 조작… 볼거리 넘친 갤럭시 XR

입력 2025-10-23 02:02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22일 열린 ‘갤럭시 XR’ 출시 행사에서 기업 관계자가 헤드셋 형태의 제품을 쓰고 주요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해 구글 포토, 지도, 유튜브 등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 연합뉴스

헤드셋 형태의 ‘갤럭시 XR’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열자 무대 위 아이돌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마치 눈앞에서 쇼를 관람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콘서트나 공연 실황 영상을 갤럭시 XR로 본다면 굳이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될 듯했다. 갤럭시 XR을 통해 말 그대로의 확장현실(XR)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22일 갤럭시 XR을 한국과 미국에 동시 출시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했다. 애플이 지난해 2월 ‘비전 프로’를 내놓으며 먼저 뛰어든 XR 시장에 삼성이 구글·퀄컴과 3각 동맹을 맺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구글 포토, 지도, 유튜브 등 안드로이드 기반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해 비전 프로의 한계로 지적됐던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갤럭시 XR은 사용자의 음성과 시선, 손짓을 인식한다. 특히 구글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제미나이가 탑재돼 대화하며 기기를 구동할 수 있다. 기기 상단에 있는 버튼을 누른 뒤 “제미나이”를 불러 대화하면 제미나이가 명령을 듣고 답변하거나 필요한 동작을 실행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야”라고 물어볼 수 있고, 눈앞 화면을 선택해 ‘서클 투 서치’로 검색할 수도 있다.

관건은 갤럭시 XR이 일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느냐다. 앞서 애플 비전 프로는 500만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갤럭시 XR은 출시가 269만원으로 일단 가격 부담을 낮췄다. 다양한 콘텐츠도 무기로 내세웠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 프로농구협회(NBA) 등과 연계해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고,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통해서도 XR 전용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화질과 무게도 비전 프로보다 우수하다. 갤럭시 XR은 약 1360만 화소로 1170만 화소인 비전 프로보다 선명하고, 무게도 545g으로 비전 프로 대비 50g 이상 줄였다. 여기에 이마와 머리 뒤쪽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무게 대비 안정적으로 장시간 착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도 기업용 XR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는 갤럭시 XR을 활용한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엔지니어가 갤럭시 X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선박 엔진 검사 등을 훈련하는 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폼팩터를 통해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스마트 글래스 출시도 예고돼 있다. 김정현 삼성전자 MX사업부 CX실장(부사장)은 “XR 시장은 혼자서 할 수는 없다. 구글과의 협력은 제품 하나만 위한 것이 아니라, 에코 시스템을 만드는 차원”이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