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4.5일제보다 급증하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먼저다

입력 2025-10-23 01:10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8000명으로 1년 새 11만명, 5년 전보다 114만명이나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꼴이다. 한시적 근로자가 584만8000명(68.2%)으로 가장 많고, 시간제 근로자 422만9000명(49.4%), 비전형 근로자 183만4000명(21.4%) 순이다. 특히 60세 이상 비정규직이 304만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지난 6~8월 평균 월급은 208만8000원으로 최저임금(209만6270원)보다도 적다. 정규직(389만6000원)과의 격차는 180만8000원으로, 200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다. 시간제 근로자는 월 111만5000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아졌다. 이 모든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그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주 4.5일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꿈 같은 얘기다. 정규직 대기업 노조는 근로시간을 줄여도 임금이 유지되겠지만, 비정규직·하청노동자는 일감이 줄어 생계가 위협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주 4.5일제를 논하는 건 마치 응급실 환자에게 “요가로 체력 관리부터 하라”고 하는 꼴이다. 임금·복지·고용 안정성에서의 격차를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는 건 순서가 거꾸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4.5일제를 법제화하기보다 시범 시행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결국 혜택은 ‘잘나가는 기업’과 고임금 근로자에게 집중될 뿐이다.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부 수장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정규직 중심의 노동계 프레임을 정부 정책으로 옮기려는 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노조 권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를 위한 균형 있는 노동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