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고난을 노래하는 세대

입력 2025-10-23 00:37

숱한 고통을 겪고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욥의 고백이 오늘 다시금 우리의 귓가에 맴돈다. 재산을 잃고 자녀를 잃고 건강마저 잃었을 때 그는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라고 고백했다. 그를 연단했던 것은 고난이었다. 그 연단의 끝에서 그는 비로소 하나님을 귀로 듣던 것에서 눈으로 뵙는 깊은 신앙으로 나아갔다.

최근 Z세대 찬양 현장을 취재하며 욥의 이야기가 이토록 간절하게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부르는 CCM에는 약함과 상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고백이 적지 않다. 워십팀 위러브의 ‘회개’와 예람워십의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등의 찬양들은 그들의 입술에서 시대의 간절한 언어로 터져 나온다.

이들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예배당 문이 닫히는 것을 목격했고 취업난과 천정부지의 주거 문제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다. 극대화된 개인주의 속에 외로움과 싸우는 것이 이 세대의 숙명처럼 보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혹독한 고난이 그들을 찬양이라는 영적 탈출구로 인도하고 있다.

최근 워십팀 제이어스가 참여하는 ‘다음세대 부흥을 위한 금요 성령집회’가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한 청년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오히려 찬양이 더 간절해졌고 찬양 가사가 마치 내 일기장 같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신앙고백 대신 자신의 밑바닥 연약함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찬양 속에서 Z세대는 즉각적인 공감을 얻는다.

이것은 욥의 경험과 정확히 닮았다.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믿음, 그리고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께 절박하게 매달리는 정직함. Z세대의 찬양이 개인적이고 고백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거대 담론이나 집단적 구호보다 ‘나의 하나님’이 이끌어가는 개인의 서사를 소중히 여기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찬양은 바로 그 지점을 ‘나를 위한 십자가’ ‘나의 주님’ 같은 친밀한 언어로 정확히 짚어낸다.

윤영훈 성결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CCM에 반응하는 Z세대는 함께 모여 경험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찬양은 개인적인 고백인 동시에 공동체적인 경험이다. 각자의 연약함이 모여 하나의 강력한 목소리가 되는 순간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순간을 통해 이들은 진정한 신앙공동체의 의미를 체득한다.

다만 찬양의 열기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아이자야씩스티원의 조성민 대표는 “말씀을 읽지 않으면 능력이 없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팀원들과 성경을 읽는다”고 강조했다. 고난을 이겨내는 힘은 결국 말씀이라는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찬양의 깊은 울림은 말씀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지속할 수 있다. 찬양이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닌 말씀에 깊이 뿌리내린 영적 표현이 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 이탈이라는 위기를 마주한 지금 다시 찬양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1980, 90년대 CCM 부흥기부터 찬양은 늘 젊은이들의 신앙을 붙드는 끈이었다. 다음세대 신앙 전수가 어렵다는 한탄 속에서도 곳곳에서 열리는 찬양집회로 다시 모이는 젊은이들을 보며 희망의 가능성을 읽는다.

세대가 달라도 신앙의 본질은 같다. 욥이 자신의 고난을 통과하며 하나님을 만났듯 Z세대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혹독한 연단의 시간을 통과하며 신앙을 세워간다. 그리고 찬양은 그 과정에서 그들이 선택한 가장 정직하고 진솔한 언어다. 고난은 때로 더 깊은 신앙으로 들어가는 문이 된다. 우리는 고난을 통해 연단되고, 그 연단의 언어가 되는 찬양을 통해 다음 세대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Z세대가 부르는 찬양 속에서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깨어나는 소리를 분명히 듣는다.

김아영 종교부 차장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