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갈등을 명청대전이라고 한단다. 정권 초 당연히 국정의 중심은 대통령에게 있다. 당대표가 이를 뒤집으려 한다거나, 훗날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쓴다면 정치 문법에 어긋나는 말이다. 윤석열 정권 1년 차에 눈엣가시였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면 이해가 쉽다.
당원 지지가 엇갈린다는 뜻으로 이 말을 쓴다면 이를 기꺼이 지지한다. 언제부터 ‘내부 총질’이란 단어가 의미 있게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당은 이견의 용광로이며, 치열한 토론 끝에 당론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곳이다. 소신과 신념의 관철 과정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내부 이견을 입막음부터 하는 나쁜 습관이 들었다. 맹목적 획일화의 과정이고, 뜻이 조금만 달라도 밀어내는 마이너스 정치다. 당원이 보기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뜻이 얼마나 다르던 밖에서 보면 깻잎 한 장 차이다. 그걸 조율하지 못하고 ‘수박’ 운운하는 건 당력의 한계다.
지금 국내 정치는 우물 안 정치다. 세계적으로 정치 뉴스 외면 현상은 공통적이고, 확산일로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지난해 성인 1251명을 조사한 결과 피로감 등을 이유로 정치 뉴스를 피한다는 사람이 65%였다. 미국·네덜란드·폴란드 2000여명의 90일간 방문 사이트를 추적하니 뉴스 사이트 방문이 평균 3.4%, 정치 뉴스 방문은 0.8%였다. 뉴스 소비자의 4분의 1만 정치 뉴스를 봤다(로이터연구소 2023 디지털 뉴스리포트). 한국에선 지난해 국민 3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뉴스로 ‘국내 정치’(44.1%)를 꼽았다. 복수응답으로 확대하면 57.1%나 된다(한국언론재단).
정치권의 유튜브 과대해석은 이 같은 현상에서 일부 기인했을 것이다. 정치 뉴스를 보는 전체 모수는 작아지고, 열혈 당원이 모인 유튜브 반응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당원에게 소구하는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급기야 당원만 환호한다면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까지 내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당 밖에서 비호감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마침내 큰 정치로 나왔을 때, 그때야 비로소 당 밖의 싸늘한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지지층 소구 경향이 큰 민주당에서 영입 인사 외에는 중도층이 강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게 한 예다.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석패한 것도, 그의 비호감 이미지 탓이었다. 역사적으로 호불호가 큰 인물이 거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논쟁적인 인물과 인격적으로 비호감인 인물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신뢰할 수 없는, 목소리만 큰, 객관성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국민의 표를 얻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를 팬덤으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은 너무나 정치를 쉽게 생각하는 태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포진한 민주당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의 불합리성이 우려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제2의 김어준을 꿈꾸는 전한길을 감싸안는 태도가 걱정스럽다. 모두 과도하게 편향되고 경솔한 행동이다. 정치인이 비호감 스택을 쌓는 걸 경계했으면 한다. 지금 같은 태도가 지속되면 앞으로 옳은 말을 해도 국민이 곧이곧대로 안 듣는 처지가 될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찌질한’ 논쟁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례야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과방위 논란은 의원 개개인의 인품 외에는 다른 사유를 찾지 못하겠다. 양당은 윤리특위 구성이라도 합의해 최소한의 양식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강준구 정치부장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