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메이플 로드, 산청 밤머리재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자 남한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 경남, 전남, 전북에 걸쳐 있는 지리산이다. 반야봉, 노고단, 중봉, 바래봉 등 수많은 지리산 봉우리 가운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915m)은 경남의 산청군과 함양군에 속해 있다. 천왕봉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중봉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등을 지나 밤머리재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높이 솟아 ‘곰바위산’인 웅석봉(熊石峯·1099m)으로 이어진다.
밤머리재는 산청군 금서면과 삼장면을 이어주는 국도 59호선 옛 고갯길이다. 가을철 홍단풍으로 치장한 드라이브 코스가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길을 따라 심어진 단풍은 붉은 선으로 이어지는 ‘산청 메이플 로드’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해도 좋고, 잠시 내려 머무르며 여유롭게 가을을 느끼기도 좋다.
밤머리재는 ‘구름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정상부에 올랐을 때의 개방감이 탁월하다. 고갯길 정상부는 지리산국립공원과 웅석봉군립공원의 마루금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 공사 중이어서 반대편 삼장면으로 넘어갈 수 없다.
홍단풍으로 치장한 도로를 드라이브한다면 금서면 지막리 쪽에서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2022년 개통된 3㎞ 길이의 지리산터널을 지나면 반대편 삼장면 홍계리로 쉽게 갈 수 있다.
오색찬란한 꼬부랑길, 보은 말티재
말티재는 충북 보은 속리산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보은읍 장재리와 속리산면 갈목리를 잇는 고갯길로, ‘높다’는 뜻을 지닌 마루의 준말 ‘말’과 고개를 의미하는 ‘티’와 ‘재’가 합쳐진 이름이다.
말티재 입구에서 해발 430m인 정상까지는 약 1.5㎞. S자 굽잇길을 열두 번 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동호인들 사이에 열두 굽이 와인딩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S자 코스를 완주하면 고갯마루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이 맞이한다. 이곳에 말티재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높이 20m의 전망대 끝에 서면 구불구불한 도로가 발아래 펼쳐진다. 길 주변 나무에 가을의 붓질이 잎사귀를 온통 울긋불긋 화려하게 치장한다.
특히 말티재는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인연이 깊다. 세조는 한양에서 청주를 거쳐 속리산으로 향할 때 말티재를 넘었다. 수양대군 시절부터 스승이던 신미대사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세조가 고개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전해지는데, 가마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왕도 힘겹게 오른 말티재에 자동차 길이 개설된 건 1924년. 도로 폭을 확장해 지금 모습의 원형을 갖춘 것이 1960년대다.
말티재를 넘어 속리산로를 따라 달리면 솔향공원이 나온다. 이름처럼 소나무숲을 테마로 꾸몄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소나무 전시관, 스카이바이크, 도깨비 테마존, 식물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스카이바이크도 타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환상적인 단풍 굽잇길, 단양 보발재
충북에서 가을 단풍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드라이브 코스가 보발재다.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일명 ‘고드너미재’로도 불린다. 꼬불꼬불 3㎞ 도로변을 따라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은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오색찬란한 가을을 선물한다. 정상에 높이 8m, 너비 32m 2층 구조로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단풍으로 물든 굽잇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이 분석한 세대별 핫플레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연말·연초 보발재의 60대 여행객 방문 증가율이 423%를 기록하며 전국 4위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와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업해 발표한 ‘2024년 가을 단풍 여행 지도’에도 선정됐다.
특히 보발재부터 영춘면사무소로 연결되는 소백산 자락길 제6코스 ‘온달평강로맨스길’은 가을의 절경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 13.8㎞ 길이에 4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킹 명소다.
영춘면 온달관광지 일원에서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제27회 온달문화축제’가 열린다. 전설 속 영웅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 축제는 전통공연과 마당극, 무예 재현, 체험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