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5000 관객 ‘떼창’… 손 맞잡은 갤러거 형제 “땡큐, 뷰티풀”

입력 2025-10-22 01:03
‘오아시스 라이브 ‘25 월드투어’ 무대에서 손을 맞잡은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갤러거 형제를 주축으로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린 전설적인 밴드다. 오아시스 SNS

공연장의 열기는 차가운 초겨울 날씨를 압도했다. 심장을 저릿하게 할 정도로 거대한 함성을 가르며 마침내 등장한 노엘 갤러거(58)와 리암 갤러거(53)는 서로 맞잡은 손을 보란 듯이 치켜들었다. 가벼운 포옹을 나눈 뒤 자기 자리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들의 메가 히트곡 ‘돈 룩 백 인 앵거’의 가사처럼, 화난 채로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겠다고 외치는 듯했다.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며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끈 록밴드 오아시스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형제의 위대한 귀환을 반기듯 관객 5만5000여명이 운집했다. 갤러거 형제는 그동안 각각 솔로로 여러 차례 내한공연을 펼쳤지만, ‘완전체’로 함께한 건 2006, 2009년에 이어 16년 만이다.

오아시스는 팀의 주축인 갤러거 형제의 오랜 불화로 인해 2009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8월 재결합했다. “긴 기다림은 끝났다”고 팬들을 다독인 오아시스는 곧바로 월드투어 콘서트 소식을 알렸다. 지난 7월 영국을 시작으로 ‘오아시스 라이브 ‘25 월드투어(OASIS Live ‘25 world tour)’를 열고 있다. 전 세계 41회 공연이 모두 매진이다.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린 첫 공연 티켓 가격은 4만 파운드(약 7628만원)까지 치솟았다.

향수에 젖은 오랜 팬뿐 아니라 오아시스를 새롭게 알게 된 젊은 세대 팬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티켓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환갑을 바라보는 오아시스의 전성기 시절 태어나지도 않았던 10대와 20대 관객 비율이 63.2%(10대 7.7%, 20대 55.5%)로 압도적으로 높다. 30대 28.7%까지 합하면 92%에 달한다. 오아시스를 향한 열광적 반응은 1990년대의 노스탤지어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무대에 선 오아시스는 그토록 기다렸던 모습 그대로였다. 리암은 언제나처럼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뒷짐을 진 채 노래했고, 노엘은 기타를 치며 후렴구에 근사한 화음을 넣었다.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헬로’ ‘모닝 글로리’ 등 초반부터 목청껏 노래했다. ‘썸 마이트 세이’를 마친 뒤 리암은 “뷰티풀(아름답다)”이라며 감탄했다. 영국의 소문난 악동들이 한국에선 젠틀맨이 된다. 노엘과 리암은 열렬한 호응에 감동한 듯 “땡큐 베리 머치”를 연신 말했다.

떼창은 그칠 줄 몰랐다. 첫 싱글 ‘슈퍼소닉’과 ‘스탠드 바이 미’ ‘리브 포에버’ ‘록앤롤 스타’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 “오아시스! 오아시스!” 관객의 연호로 시작된 앵콜 무대는 열광 그 자체였다. ‘돈 룩 백 인 앵거’ ‘원더월’은 후렴구를 아예 관객에게 맡겼다. 귀에 손을 대고 노래를 듣던 리암은 끝내 “위 러브 유”라고 고백했다. 마지막 곡 ‘샴페인 슈퍼노바’를 마친 뒤 노엘은 얼마간 무대에 머물며 손 흔들어 인사했다.

오아시스의 음악이 지금껏 유효한 건 세대·국적 불문 모두를 감동케 하기 때문일 터다. 앵콜 첫 곡 ‘더 마스터플랜’의 노랫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오늘 크게 말하고 자랑스럽게 노래하세요/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 중 최고를 만드는 건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