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의장 직속 개헌 자문위원회가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모두 ‘신중’ 또는 ‘유보’ 의견을 제시하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는 재판소원이 4심제로 변질할 가능성, 재판의 정치화, 권력 분립 훼손,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국회는 2008년, 2014년, 2017년, 2023년 총 네 차례 국회의장 직속 개헌 관련 자문위를 구성하고 헌법재판소와 관련한 재판소원 문제를 검토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에 대한 평가는 아니지만 개헌 관점에서 재판소원 도입 시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것이다.
2023년 출범한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는 이듬해 결과보고서에서 재판소원 도입에 ‘신중’ 의견을 밝혔다. 보고서는 “재판소원 사건 폭증이 예상되고 헌재 재판관 증원이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며 “재판소원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2017년 출범한 개헌특위 자문위도 결과보고서에서 “재판소원 제도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제도 도입은 자칫 대법원과 헌재의 권력분립적 견제균형을 깨뜨릴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법분과 자문위원들은 “재판소원을 도입해도 오심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법원과 헌재 간 상호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등의 의견도 밝혔다.
2014년 구성된 헌법개정 자문위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할 경우 헌재가 제4심의 재판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남소 및 분쟁 장기화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며 사법 비효율만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 의견을 제시했다. 2008년 위촉된 헌법연구 자문위원회 역시 “헌재가 제4심의 재판기관이 될 우려가 있고, 헌재의 정치적 속성으로 인해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되고 재판이 정치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보’ 의견을 표명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한 자문위 견해는 엇갈렸다. 2023년 자문위는 ‘현행 유지’로 결론 내렸다. 다만 ‘전문재판부가 구성되면 대법관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소수의견을 함께 기록했다. 반면 2017년 자문위는 대법관 정원을 ‘최소 24명’으로 제시하면서 “연간 5만건 이상 접수되는 대법원의 상황을 고려하면 입법적으로 대법관 숫자를 50인 이상으로 규정할 것을 권한다”고 적었다. 나아가 “대법관 숫자가 100인 이상이더라도 판례의 동일성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대법관 숫자를 늘려 달라는 국민의 직접적 여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도입이 개별 입법 사항인지, 개헌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헌재법 개정을 통한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정애 당 정책위의장이 전날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지도부 내 온도 차도 감지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내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으로 재판부 체계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더 논의해보고 얘기하겠다”고 했다.
김판 양한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