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첫 내각의 핵심 요직에 보수색이 뚜렷한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인사들을 중용하는 등 당내 통합과 정치 기반 강화에 신경 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21일 총리로 선출된 뒤 내각 인사 명단을 확정했다.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 기하라 미노루(56) 전 방위상이 기용됐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지난해 8월 현직 방위상 신분으로는 3년 만에 참배했다.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는 “(참배는) 지극히 내정 문제”라며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상에는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 여성 정치인 가타야마 사쓰키(66) 전 지방창생상이 배치됐다. 가타야마는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됐을 때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고이즈미 신지로(44) 전 농림수산상은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64) 전 관방장관은 총무상, 모테기 도시미쓰(70) 전 자민당 간사장은 외무상으로 발탁됐다. 고이즈미는 지난 8월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모테기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던 2021년 외무상으로 재직하면서 “한국에 의해 골대가 움직여지는 상황이 늘 벌어지고 있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여성 각료는 가타야마와 오노다 기미(42) 경제안보담당상 2명만 발탁됐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가 5명 이상의 여성 각료 임명을 검토했지만 여성 의원 수 자체가 너무 적은 현실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다카이치가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남편은 일본 최초 ‘퍼스트 젠틀맨’이 됐다. 다카이치의 남편은 야마모토 다쿠(73) 전 중의원 의원이다. 두 사람은 2017년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혼했다가 2021년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야마모토가 지원에 나서며 재결합했다. 일본에선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한다. 다카이치 부부는 가위바위보로 한쪽 성을 따르기로 했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야마모토가 호적상 성을 바꿨다. 그의 법적 이름은 다카이치 다쿠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구와 달리 파트너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다”며 “‘스텔스 남편’으로서 조용히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