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 집사라”던 국토 1차관, 본인은 14억 ‘갭투자’ 의혹

입력 2025-10-21 18:40
이상경(오른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박성주(왼쪽) 국가수사본부장 등과 부동산범죄 근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차관은 유튜브 방송에 나와 “집값이 떨어지면 돈을 모아서 (집을) 사면 된다”고 말해 설화에 휩싸인 데 이어 본인 및 배우자 명의 아파트와 관련한 갭투자 의혹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이 떨어지면 돈을 모아 (집을) 사면 된다”고 말해 빈축을 산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에게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의혹이 더해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 6월 정권교체 직후 본인 명의 아파트를 갭투자자에게 팔아 약 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배우자 한모씨는 호가 42억원 아파트를 14억원의 전세를 끼고 매수했다.

국민일보가 21일 이 차관 부부의 재산내역이 신고된 관보와 법원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이 차관은 2017년 8월 1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전용 84㎡) 아파트를 6억4511만원에 샀다. 이후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7일 이모씨 외 1명에게 11억4500만원에 매도해 약 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차관은 해당 아파트에 지난 7월 11일 전세보증금 7억2000만원을 내고 세입자로 들어가 계속 거주 중이다.

이 차관 아내도 지난해 7월 29일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기 전인 같은 해 10월 5일 14억8000만원에 2년간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세금을 통해 잔금을 줄이는 갭투자 방식이다. 지난 6월 기준 이 아파트단지 같은 면적의 고층은 40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현재 호가는 42억원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정책 주요 입안자인 이 차관이 본인은 갭투자로 입지가 더 좋은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자산을 증식하면서 일반 국민은 이를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되면서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갭투자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 차관은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공공 중심의 보편적 주거 공급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국토부는 “이번 거래가 갭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가 아니라 기존 주택을 팔고 추후 실거주할 주택인 백현동 아파트를 전세로 먼저 확보한 것”이라며 “2027년 1월 백현동 아파트에 직접 입주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2주택 소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원장은 1995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를 두 채 보유하고 있다. 한 채는 2002년 부부 공동명의로 구입했고, 나머지 한 채는 2019년 12월 추가 매입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생산적 금융을 주도하는 당사자가 다주택자”라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하겠다”면서 “(그중 한 채는) 한두 달 안에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과거 1960년대 구로농지 강탈 사건 국가배상 소송에서 집단승소를 이끌어내 약 400억원의 수임료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공보수 자금의 사용처를 묻는 질의에는 “대부분 금융기관에 있다”고 답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이의재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