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러닝’ 열풍에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사화공헌과 고객과의 소통, 홍보 효과 등을 목표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마라톤 대회 개최에 나서는 중이다. 올 한해 국내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마라톤 대회는 498개에 달한다. 하루 1.4개 꼴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이다. 모집 정원보다 20배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등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자칫 미흡한 대회 운영으로 기업 평판 등에 독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카카오뱅크는 다음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친환경 기부 마라톤 ‘세이브 레이스’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1~19일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5000명 모집에 9만7000여명이 접수를 했다. 지난해 대회의 경우 3000명 모집에 3만5000여명이 신청했는데, 1년 사이 신청자 수가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대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세이브 레이스의 참가비는 5만원으로,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친환경 취지에 걸맞게 완주 메달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했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기능을 이용해 단체 참가 신청을 받으면서 홍보 효과도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를 활용한 마케팅 또한 호응을 얻었다.
현대자동차가 2016년부터 이어온 친환경 사회공헌 캠페인 ‘포레스트런’도 요즘 들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5월 열린 대회는 참가 인원을 지난해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렸지만, 10분 만에 참가 접수가 마감됐다. 현대차는 지난 10년 동안 이 대회를 통해 3만3850그루의 나무를 기부했다. 올 대회부터는 참가자 한 명마다 한 그루의 나무가 기부되는 1인 1기부 모델을 확립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라톤 대회로 소비자와 접점을 널리고 친근한 경험을 선사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지난달 CJ올리브영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큐티 런 2025 서울’이 대표적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는데, 8만원의 비교적 비싼 참가비에도 모집 인원 1만5000명이 모두 차 취소표를 구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였다. 올리브영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제품 샘플을 제공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다양한 브랜드 부스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쳤다.
여러 마라톤 대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대회 개최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진행한 ‘디즈니런’의 경우 현장 인력 부족과 긴 대기시간 등 탓에 참가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마라톤의 성공과 실패는 후기로 바로 입증된다는 점에서 최대한 잡음 없는 대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