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손 들어준 법원… “검찰 별건 수사 방식이 진실 왜곡”

입력 2025-10-21 18:48 수정 2025-10-21 23:53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면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창업자는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은 거짓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의 별건 수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재판장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전 부문장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배 전 대표와 스피커폰 통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문장은 ‘당시 통화에서 배 전 대표가 지 대표에게 SM엔터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말했다. 이 진술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 공판에서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매수 비율, 간격, 물량 주문 등 모두 살펴봐도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매 양태가 시세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 시장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차원의 결정이었다는 해석도 내놨다. 재판부는 “당시 시장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SM엔터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카카오의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피고인들 진술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의 주장과 달리 당시 카카오에서 SM엔터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카카오 투자테이블에서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정해지거나 공개매수 저지 논의 및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펀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로 기소된 지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검찰 수사에 관한 이례적인 발언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이 전 본부장은)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이) 지양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 창업자는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