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증시 ‘머니 무브’ 움직임… 부동산 규제 정책 먹혔나

입력 2025-10-22 02:0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내 증시가 이례적 활황을 거듭하면서 정부 부동산 규제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도 부동산 일변도에서 벗어난 투자처 다변화 정책 효과로 판단하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머니 무브가 일시적일 수 있고, 부동산은 투자보다는 민생 주거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규제 효과를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15포인트(0.24%) 오른 382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사상 처음 3800선을 넘은 데 이어 닷새째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금 유입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0조6257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13일의 80조1901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금융 상품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이다. 6월 27일 정부 첫 부동산 대책 당일 약 67조원이었던 것이 넉 달 만에 10조원 이상 급증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지난 13일 94조768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정부가 자금 파이프라인을 국내 증시로 연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줬기에 부동산 투기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간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 전반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 상황에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향하는 것을 막은 건 정부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투자처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도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7월 17일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을 물은 조사에서 ‘주식’(31%)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갤럽이 2000년 같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부동산(23%)을 앞섰다. 갤럽은 “‘부동산 대신 주식’을 표방하는 정부 기조에 따른 변화”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실은 투자 자산의 긍정적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은 장기간 자금이 묶여 생산성이 떨어진다. 반면 주식 시장에 자금이 흘러가면 기업 투자와 노동자 수입·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생산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만 봐도 부동산 정책 효과가 절반 이상 생긴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땐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만 겨냥했다면 현 정부는 아예 기획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생산적인 분야에 집중됐던 과거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자산 증식 수단이 차츰 다양화·건실화되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추세가 더욱 굳건해지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용한 정책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해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민생과 직결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실패한다면 결과적으로 자산 시장 다변화 정책도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보다 안전한 부동산 시장에 투자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가 쌓이면 내성이 생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공급 확대와 유동성 수준을 고려한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