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더불어민주당표 사법개혁안을 놓고 국정감사장에서 격돌했다. 국민의힘이 ‘사법 파괴 선언’ ‘베네수엘라 모델’ 등 수사를 동원해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등을 비판하자 민주당은 위헌 요소가 없다며 방어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제 민주당이 자칭 법원 개혁 방안을 발표했는데, 저는 사법 파괴 선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원을 민주당 의지대로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안의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선 “26명의 대법관 중 22명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확하게 베네수엘라 모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 도입·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포화를 퍼부었다. 이들 사안은 민주당의 이번 사법개혁안에 결론 형태로 담기지 않았으나, 향후 논의나 추진이 전망되는 의제다. 주진우 의원은 재판소원에 대해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헌법재판소는 왜 단심인가. 헌재는 오류가 없나”라며 “그런데도 우리 헌법 체계가 3심제를 규정한 것은 사회적 비용이나 재판에 걸리는 시간 등을 다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법원 관계자들을 향해 “사법부의 명예, 독립은 사법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그 방법은) 계류돼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지 상태인 이 대통령 재판 때문에 민주당이 법원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방어에 힘을 쏟았다.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일부 법원장이 야당 위원과의 문답 과정에서 재판소원 등의 위헌 소지에 동조하는 투로 말하자 “법안을 봤느냐. 보고 말해야 한다”(이성윤 의원) “법원장이 법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전현희 의원)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경태 의원은 “의원들이 구체적 재판에 관여하지 않듯 (판사들이) 입법권에 대해 말할 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며 “입법부가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지, 거기에 대해 법원장이 덜컥 입장을 말하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이 재판 지연을 완화하려는 취지고, 재판소원은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배되는 판결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때 한정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로써 ‘4심제’가 아니라는 설명에도 주력했다.
범여권 위원들은 개별 법관의 비위 의혹을 부각하며 사법개혁의 당위를 강조했다. 오창훈 제주지법 부장판사의 근무 중 음주·법정 내 고압적 태도 논란, 김인택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면세점 대리 구매 의혹 등이 차례로 언급됐다.
법사위는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 10명에 대해 여당 주도로 고발을 의결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다. 오 부장판사와 강란주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동행명령 거부로도 고발이 의결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