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정수소 발전시장’ 경쟁 입찰을 공고 마감일인 지난 17일 전격 취소하면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 여파가 수면 위로 나타나고 있다. 청정수소 발전은 기존 석탄·액화천연가스(LNG)를 무탄소 원료인 청정수소·암모니아와 함께 태우는 발전 방식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시장도 열었다. 그런데 이중 ‘석탄·암모니아 혼합연소(혼소) 발전’이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2040년 탈석탄’ 방침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입찰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청정수소 발전시장 입찰을 주관한 전력거래소는 지난 17일 입찰 공고를 취소하며 ‘새로운 공고로 대체하기 위해서’라고 사유를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21일 “(청정수소 발전) 낙찰에 앞서 정부 정책과의 일관성(정합성)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입찰 재공고 또는 신규 공고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찰에는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5개 발전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기업이 참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고 마감 당일 취소’라는 이례적 상황에 발전 기업들도 혼란에 빠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5일 공시했던 ‘인천 3·4호기 LNG발전소’ 건설 계획을 “정부의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점에 맞춰 다시 공시하겠다”고 지난 20일 정정했다. 당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입찰에 맞춰 노후 LNG발전소를 수소 혼소 발전이 가능한 신규 발전소로 대체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입찰 일정이 급변하며 건설 계획도 잠시 보류했다.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과 2040년 석탄발전 퇴출 방침이 구체화하는 대로 수소발전입찰시장위원회를 거쳐 입찰 공고를 새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방식을 아예 배제하거나 15년인 발전 기간을 10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는 2029년까지 발전 준비를 마치고 15년간 가동해 2044년까지 상업 운전을 진행한다. 이를 2040년 석탄발전 퇴출 목표에 맞추려면 발전 기간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발전 단가 상승 등으로 사업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대전환 속에 청정수소 발전시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의 무게추가 기존 산업통상부(옛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부로 넘어온 상황에서 석탄·LNG 혼소 발전이 화석연료 수명을 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사업자로 선정된 남부발전 역시 2040년 이후까지 설정된 발전 기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청정수소 발전시장의 대대적 재편 움직임에 에너지 업계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갑자기 바뀐다면 수소 발전은 물론 수소 관련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