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바이닐 르네상스’의 주인공

입력 2025-10-22 01:25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규 12집 ‘더 라이프 오브 어 쇼걸’(사진)로 2주 연속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지켰다. 특히 발매 첫 주에만 120만장이 팔려나간 바이닐(LP) 판매량이 화제다. AP통신은 “미국 내 단일 주간 LP 판매 신기록”이라고 전했다.

스위프트는 이번 앨범을 단순한 음반이 아닌 ‘소장형 예술품’으로 기획했다. 총 38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앨범은 CD 18종, 바이닐 8종, 카세트 테이프 1종, 디지털 앨범 11종 등으로 구성됐다. 팬들은 앨범을 ‘듣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위프트의 감정과 서사를 담은 작품으로 받아들이며 구매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실물 앨범 다양화 전략을 ‘상술’로 보기도 하지만 스위프트의 성적은 그 자체로 ‘바이닐 르네상스’라 불리는 변화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는 디지털 중심의 음악 소비 시대에 아날로그 음반이 다시 주목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지난해 실물 앨범 매출 약 20억 달러(약 2조8500억원) 중 바이닐 매출이 14억 달러(약 1조9900억원)를 차지해 전체 실물 음반 매출의 4분의 3에 달했다.

실제 워너뮤직과 유니버설뮤직 등 주요 레이블도 컬러·한정판 LP를 기획하고 발매하고 있다. 스트리밍 1000회 당 수익이 3~6달러 수준인 반면 LP 한 장은 평균 30달러로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지난 9월 “팬들이 최고의 바이닐과 CD를 경험 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콘텐츠 홍수 속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악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셈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