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3400선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이 힘을 얻으며 3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24% 오른 3823.84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800선 돌파에 이은 역대 최고치다. 코스피는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2.05% 상승한 3893.06에 거래되면서 3900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다만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커지며 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마감했다.
기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코스피200 기업 향후 1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38조3400억원으로 최근 한 달 사이 9.5% 높아졌다.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면서 실적에 예민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을 실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약 5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7000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6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익 전망치 상향 기여도가 가장 높은 업종은 반도체다. 코스피200 반도체·반도체 장비 기업의 향후 1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08조6700억원으로 지난달 전망치(81조4620억원)에 비해 33.4% 상향됐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역사적 신고가인 9만9900원까지 치솟아 ‘10만전자’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은 이달 삼성전자 주식을 3조9000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50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는 개인과 기관이 함께 사들이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에 수혜 업종 주가가 상승한 것도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이날 관세 협상 지렛대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수혜 기대 기업 HD현대미포(10.89%) 한화오션(6.16%) 등 조선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또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 자동차 품목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에 현대차(3.43%) 등 자동차 기업 주가도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국과 매우 공정한 무역협정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7월 30일 한·미 관세 협상 이후에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어 시장의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