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개혁의 아이콘으로 여권 지지층의 주목을 받았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백해룡 경정 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인 직접 지시로 백 경정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합동수사팀에 파견돼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두 사람이 수사팀 구성 등을 둘러싸고 여론전 위주의 행보를 계속하자 지지층에서도 “이제는 말보다 수사로 보여줄 때”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백 경정이 동부지검에 파견된 이후 엿새가 지난 이날까지 수사 분담과 권한 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존 합동수사팀은 이미 인천세관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또 다른 수사팀을 꾸린 백 경정이 이 내용을 전부 열람할 수 있는지, 향후 어떤 사건을 맡아 수사할지 등 핵심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의 내부고발자를 자처하며 연대감을 쌓아왔지만 수사팀 구성을 두고 대립해 왔다. 백 경정은 지난 14일 동부지검 파견 관련 경찰청 인사발령 이후 SNS에 “갑자기 인사발령을 냈다”며 “아무런 협의 없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이어 합동수사팀을 겨냥해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단체”라고 직격했다. 이에 임 지검장은 “합동수사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고 맞받았다.
수사 범위를 두고도 입장차가 크다. 백 경정은 자신이 고발한 ‘수사 외압 의혹’을 직접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본인이 고발한 사건을 ‘셀프수사’ 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백 경정은 출근 첫날인 지난 15일 돌연 연가를 내고 유튜브에 출연해 “(임 지검장과) 인식이 너무 달라서 소통하지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장기화 모드로 돌입하면서 여권 지지층에서는 피로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지지층 내에서는 “이제는 언론플레이보다 수사능력으로 입증해야 할 때”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등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동부지검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한 팀 안에서 의견이 부딪히면 수사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임 지검장이 백 경정에게 전결권을 부여한 것은 나름의 대안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간부급 한 검사는 “그동안 훈수만 두던 임 지검장이 이제 ‘거울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 수뇌부가 섣불리 교통정리에 나서 잡음을 만드는 것보다는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임 지검장이 스스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휘권은 임 지검장에게 인계된 것으로 본다”며 “수사진행 과정에서 동부지검 측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박장군 차민주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