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사에서 수입하는 면역증강제의 허가 갱신 여부를 수년 전 심사하면서 ‘사용설명서’를 유일한 유효성 근거 자료로 활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또 지난 13일 국내 제약사가 판매하는 동일 성분의 면역증강제에 대해서도 품목허가를 갱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면역증강제는 지난 7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미권고 치료’로 판단하는 등 효능·효과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갱신 심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면역증강제 갱신 근거자료’를 보면 A사의 싸이모신알파1 성분의 면역증강제(2022년 12월)와 B사의 이뮤노시아닌 성분 면역증강제(2023년 6월)가 허가 갱신될 때 유효성 검토에 활용된 근거는 의약품에 담긴 사용설명서뿐이었다. 효능·효과란에는 이탈리아어와 네덜란드어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보조제’ ‘방광 내벽 면역체계 활성화’라고 적혀 있었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갱신 심사’에서 유효성 검토가 사용설명서 한 줄 확인으로 대체된 것이다. 식약처가 지난 13일 국내 제약사의 동일 성분 면역증강제에 대해 품목허가를 갱신했을 때도 효능 논란은 한창이었다.
해당 면역증강제는 요양·한방병원에서 투약 대상과 다른 유방암 환자나 고령 환자에게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연간 의료비 지출 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NECA는 지난 7월 발표한 의료기술재평가 보고서에서 백신접종·항암 보조요법과 관련해 “치료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암학회는 학회 의견으로 “면역력 회복 등 기대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방광암 표준진료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유효성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백 의원 질의에 “식약처가 해외 규제기관과 다른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ECA와 학회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의에는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