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걷히길”… 한숨 돌린 카카오, AI·신사업 속도 낼 듯

입력 2025-10-22 00:22 수정 2025-10-22 00:22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1심에서 주가조작 혐의를 벗으면서 2년 8개월 동안 카카오를 옥죄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됐다.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이 일단 걷히면서 카카오가 경영 혁신 및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사업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지부진하던 주가도 무죄 판결 이후 6% 가까이 오르며 시장 기대를 반영했다.

김 창업자는 21일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입장문을 통해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카카오가 사업 부진을 털어내고 내부 활력을 끌어올리는 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는 창업자와 주요 임원들이 법정에 서는 상황에서도 AI를 접목한 서비스 개발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과정에서 친구탭 개편 등을 두고 여론의 역풍이 불면서 이미지 타격을 입은 상태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카나나’의 파급력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카카오에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하는 김 창업자가 사법 족쇄를 벗어내면서 카카오가 AI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업 구조 개편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 그룹 계열사를 올 연말까지 약 80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속에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오른 1859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김 창업자 무죄 선고 직후 급등한 카카오 주가는 전날 대비 5.95% 오른 6만2300원에 마감했다.

김 창업자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전반적 미래 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암 수술 등 건강 악화로 당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건강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라 복귀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