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재가동 여부를 두고 세종시와 환경단체의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환경단체 측과 만난 것을 두고 시는 ‘세종보를 수몰시키려는 선언’이라고 반발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환경단체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천막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단 뜻을 밝혔다.
시 “탄력 운영 가능… 오염 우려 없다”
지난달 11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세종보 상류 한두리대교 아래에서 천막 농성 중인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 시민행동)’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지 5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취소 결정은 성급한 결정이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첫 결정 그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조속한 시일 내에 4대강 재자연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시와 환경단체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시는 “김 장관이 환경단체에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약속했다”고 주장한 반면, 보철거 시민행동은 “당초 환경부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선언하기로 했는데 김 장관이 다른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시는 전 정부에서 강조했던 세종보 정상화, 즉 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안을 현 정부가 완전히 뒤집었다는 입장이다. 보 운영에 대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시와 세종시민과의 협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가 김 장관과의 면담을 계속 요청했음에도 조직개편·국정조사 등을 이유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면담 일정을 조정하던 중 김 장관이 농성 현장을 방문해 재가동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의 보 관련 계획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조차 구체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023년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통한 재가동 결정이 2년 만에 장관의 말 한마디로 뒤집혔다”며 “김 장관이 환경단체에게 약속한 ‘4대강 재자연화’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보를 가동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예 철거하겠다는 것인지 그 의미를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세종보의 기후위기 극복 기능 및 친수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시민들의 높은 요구 등에 비춰볼 때 재가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원 강릉시 물 부족 사태와 같은 극단적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금강의 수량 확보가 절실하다고 봤다. 현재 세종보의 최대 저수용량은 세종시민 전체가 57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약 570만t에 달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예상치 못한 돌발가뭄이 발생하면 지하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각종 용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금남면 등 세종보 수위의 영향을 받는 일부 지역은 최근 3년간 지하수위가 1m정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보의 수질 오염 우려 역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세종보가 고정식이 아닌 ‘가동보’ 방식이기 때문에 수문을 눕히거나 세우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종보 가동 중단은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금강을 활용한 관광·레저산업 개발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지난해 세종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세종보 재가동 여부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가동 찬성(42.4%)이 반대(20.3%) 의견 보다 2배 이상 많았다”며 “세종보를 둘러싼 소모적이고 반복적 논쟁을 서둘러 종결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수자원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오염 불보듯… 금강 수량 충분”
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수문을 가동해 수위가 올라가고 유속이 느려지면 오염물질·펄 등이 강에 퇴적돼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져 햇빛에 장기간 노출되면 수온 상승으로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미호종개 등 유수성 어종들은 서식할 수 없고, 수변 공간 감소로 야생생물 산란 서식지도 줄어 도시 생물 다양성을 해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임도훈 보철거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장기간 개방됐던 세종보는 자연성 회복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모니터링 결과 세종보가 2018년 완전 개방된 이후 수질·녹조 상태뿐 아니라 퇴적토의 오염도 및 생물다양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시가 주장하는 시민 대상 설문조사의 정확한 취지와 설문 방식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윤석열 정부 당시 진행된 한 설문에서도 ‘보를 활용해 홍수·가뭄 등에 대응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취지로 질문을 했는데, 여기서 받은 긍정적 답변을 보 존치의 근거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2019년과 2020년 국가물관리위원회 등에서 실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공론조사 결과 세종보 철거 찬성이 2019년 49.3%에서 2020년 56.6%로 7.3%포인트 증가했고, 반대는 38.9%에서 32.3%로 6.6%포인트 감소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보 철거 시 각종 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2017년 부분 개방, 2018년 완전 개방 이후 세종보의 수위가 다소 낮아졌음에도 지금까지 금강에서 농업용수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금강·영산강은 보 처리방안 확정 당시 용수공급 등에 대한 항구대책을 모두 마련했다”며 “세종보는 운영·관리에 매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설 노후화로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녹조발생 및 수질악화, 생태계 파괴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용도를 상실한 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