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드론(무인항공기·UAV)에 이어 지상드론(무인지상차량·UGV)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폭약을 실은 지상드론이 적진에 침투해 항복을 받아내는 등 전쟁의 ‘로봇화’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군 제3공격여단이 지난 6월 북동부 전선의 한 전장에서 원격 조종 지상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병사들의 항복을 받아낸 사례를 소개했다. 바퀴나 궤도로 움직이며 공중드론처럼 무선 신호로 제어되는 지상드론은 보급 물자 전달, 대피 작전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직접 참여하며 전쟁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당시 제3공격여단은 러시아군에 진지 2곳을 뺏긴 이후 탈환에 실패하고 있었다. 통신 감청을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 계획을 알아낸 우크라이나군은 지상드론을 이용해 진지를 공격하기로 했다. 대전차지뢰 3발(폭약 63㎏ 분량)을 탑재한 지상드론 1대가 러시아군이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참호 앞에서 자폭했다. 폭발 이후 한동안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우크라이나군은 지상드론 1대를 추가로 보냈다.
우크라이나군 원격조종사가 공중드론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을 보며 추가 자폭 시점을 엿보던 중 러시아 병사 한 명이 참호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판자를 들어 보였다. 판자에는 ‘우리는 항복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러시아 병사 2명이 비무장 상태로 손을 들고 참호에서 나왔다. 그들은 공중드론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어나와 우크라이나군 진지 앞에서 잡혔다.
작전을 지휘한 지상드론 중대장 미콜라는 WP에 “최고의 결과는 포로를 잡은 게 아니라 단 한 명의 보병도 잃지 않은 것”이라며 “이제 인간의 희생으로 작전을 계산하지 않는다. 나는 로봇을 지휘한다”고 말했다. 이 작전에 사용된 지상드론의 제작 비용은 대당 약 1500달러(214만원)였다. WP는 “이 작전은 드론이 현대전을 얼마나 강력하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