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으로 접어든 국정감사가 국민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행정의 적절성이나 미비점을 점검하는 정책 감사는 뒷전이고 감사 본질과 상관없는 일로 여야가 다투고, 그 후유증으로 이상한 법안만 나오고 있다. 국감 때 여야가 부딪치는 일이야 전에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주야장천 대립한 경우는 없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겨냥한 ‘나경원 방지법’을 발의했다. 나 의원 배우자가 피감기관 소속인 점을 꼬집어 상임위 소속 위원의 가족이 피감기관에 있을 경우 그 위원의 간사 선임을 막는 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추미애 방지법’과 ‘김현지 방지법’을 발의했다. 전자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국감 때 질서유지권을 남용했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후자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여당이 막자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자동으로 증인 채택이 이뤄지게 한 내용이다. 나름의 이유는 갖다 붙였지만 근저에는 상대당과 특정인을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야 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사안들인데, 그러지 못한 채 죄다 ‘보복성 입법’으로 해결하려다 펼쳐진 풍경이다. 여야 정치력의 부재요, 정쟁 일변도 국감의 민낯이다.
실제 요즘 법사위 국감은 추 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싸우느라 바람 잘 날이 없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선 욕설과 고성, 퇴장 조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 실장 출석 논란을 놓고서도 상임위 곳곳에서 ‘기승전 김현지’로 치닫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사태의 경우 정치권이 지난해 국감 때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통상위나 행정안전위, 정보위 등에서 꾸준히 대책 마련을 촉구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걸 하라고 국감이 있는 것인데, 정쟁으로 마냥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국민들만 속이 탈 것이다. 여야가 남은 열흘 남짓 기간이라도 국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민생·정책 국감에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해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치권만 딴 나라 사람들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그건 세비를 받는 공복의 도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