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김현지·나경원 방지법이 보여준 정쟁 국감 민낯

입력 2025-10-22 01:20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 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반으로 접어든 국정감사가 국민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행정의 적절성이나 미비점을 점검하는 정책 감사는 뒷전이고 감사 본질과 상관없는 일로 여야가 다투고, 그 후유증으로 이상한 법안만 나오고 있다. 국감 때 여야가 부딪치는 일이야 전에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주야장천 대립한 경우는 없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겨냥한 ‘나경원 방지법’을 발의했다. 나 의원 배우자가 피감기관 소속인 점을 꼬집어 상임위 소속 위원의 가족이 피감기관에 있을 경우 그 위원의 간사 선임을 막는 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추미애 방지법’과 ‘김현지 방지법’을 발의했다. 전자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국감 때 질서유지권을 남용했다면서 이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후자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을 여당이 막자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자동으로 증인 채택이 이뤄지게 한 내용이다. 나름의 이유는 갖다 붙였지만 근저에는 상대당과 특정인을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야 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사안들인데, 그러지 못한 채 죄다 ‘보복성 입법’으로 해결하려다 펼쳐진 풍경이다. 여야 정치력의 부재요, 정쟁 일변도 국감의 민낯이다.

실제 요즘 법사위 국감은 추 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싸우느라 바람 잘 날이 없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선 욕설과 고성, 퇴장 조치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 실장 출석 논란을 놓고서도 상임위 곳곳에서 ‘기승전 김현지’로 치닫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사태의 경우 정치권이 지난해 국감 때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통상위나 행정안전위, 정보위 등에서 꾸준히 대책 마련을 촉구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걸 하라고 국감이 있는 것인데, 정쟁으로 마냥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국민들만 속이 탈 것이다. 여야가 남은 열흘 남짓 기간이라도 국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민생·정책 국감에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해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치권만 딴 나라 사람들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그건 세비를 받는 공복의 도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