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도시로 변해”… 광주 대표 상권 경기침체 ‘최악’

입력 2025-10-22 00:40
2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일대 텅 빈 거리에 위치한 상가에 임대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은창 기자

“두 집 걸러 한 집에 임대 현수막이 나붙어 있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21일 오전 광주 대표 상권 중 하나인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만난 40대 자영업자 A씨는 충장로 일대가 ‘좀비 도시’로 변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충장로를 찾는 사람 자체가 크게 줄면서 거리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A씨는 “과거엔 충장로의 유동인구를 믿고 이곳에서 장사를 하려는 분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다 옛말”이라며 “지난주 열린 충장축제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반짝 특수를 보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동구 상권의 중심인 충장로와 금남로의 6층 이상 사무실 공실률은 44.83%에 달한다. 울산 최대 상권인 산정동(48.85%)에 이어 전국 두번째다.

집합상가 공실률은 25.11%, 3층 이상이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42%,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3.56%를 기록했다.

광주 북구 전남대 주변 상권도 장기 침체를 보이고 있다. 이 일대 2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7.11%에 달했다.

광주의 상업지역 공실률이 타 지역보다 높은 데 대해 ‘정책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광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강수훈 광주시의원(서구1·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이후 계속된 부채와 인건비 상승, 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한 자영업자 폐업이 상업지역 공실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의 공통된 문제다. ‘각 상권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 때문에 광주의 공실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책의 실패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도시계획 조례 상 상업지역 주거복합건축물의 상가 비율 완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이에 따라 시에서는 상가 공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3일 자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해 기존의 15%였던 상가 비율을 법정 최저한도인 10%로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동구, 충장로상인회는 충장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가 공실 ‘반값 임대’ 상생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실 상가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40~50%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하며, 최소 2년간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