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일가 김용기(1909~88) 장로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나안 김용기’가 22일 개봉한다. 기독교 영화를 만드는 파이오니아21이 제작한 이 영화는 2021년 서울사랑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나 개봉이 늦춰졌고 4년 만에 정식으로 스크린에 오른다. 연출을 맡은 김상철 감독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른을 잃어버린 시대에 참어른과 스승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교회가 김용기 장로처럼 ‘보석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잘 가르치지 않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 영화가 목사, 선교사는 많이 다뤘지만 장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룬 영화는 내가 아는 한 없었다”며 “4년 동안 개봉이 미뤄진 것에 대한 부채감이 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앞서 ‘제자 옥한흠’ ‘부활 그 증거’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CGV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는 근로·봉사·희생을 강령으로 ‘한 손엔 성경, 한 손엔 괭이’를 실천한 김 장로의 삶을 따라간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한 일화는 그의 굳건한 신앙과 민족정신을 보여준다. 농촌에서 가족들과 척박한 땅을 옥토로 일군 그는 가나안농군학교를 통해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과 수녀 등 타 종교와도 “아무리 가난해도 사고방식이 바뀌면 일어설 수 있다”는 ‘가나안 정신’을 나눴다.
그의 삶의 태도는 66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할 때 아들의 만류에도 신고 간 고무신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시상식에서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농부이기 때문에, 교회 장로이기 때문에 고무신을 신고 왔다”며 “필리핀과 한국 사람들이 고무신을 더는 안 신을 때까지 저는 고무신 신고 일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의 복민주의 사상은 60~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62년 2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국무위원들을 대동하고 가나안농군학교를 방문한 일화도 소개됐다.
가나안 정신은 이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2009년 연수를 받은 우간다의 교사 출신 존 보스코는 귀국 후 37개 마을을 담당하는 군수가 됐다. “빵이나 돈 지원보다 한 사람의 내적 변화가 중요하며, 이것이 운동이 되는 것”이라는 김 장로의 철학을 강조한다.
영화의 개봉 여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안타깝게도 개봉관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기독교 영화처럼 교회나 단체가 극장이나 제작사에 직접 연락해 단체관람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100년 미만 짤막한 인생이 밥 먹고 옷 입고 일하고 살다가 마지막에 어떻게 되느냐 이게 문제거든”이라고 묻는 김 장로의 생전 육성이 나온다. 그는 “이 우주 만물 창조주신 하나님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인생 가치”라며 “그를 먼저 알고 그를 섬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