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희토류 패권 넘어간
핵심적 이유는 환경 규제 차이
친환경 기술 위한 광물 채굴도
서식지 파괴·사회 갈등 유발
기술 개발 도외시하지 말고
영향 최소화 노력 기울여야
핵심적 이유는 환경 규제 차이
친환경 기술 위한 광물 채굴도
서식지 파괴·사회 갈등 유발
기술 개발 도외시하지 말고
영향 최소화 노력 기울여야
중국이 희토류 패권국이 된 이유는 압도적인 매장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기술 덕분이다. 1980년대만 해도 세계 희토류 공급의 60% 이상을 담당했던 미국은 자국 내에서 희토류 정제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 차이를 만든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환경 규제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캠퍼스 내에 있는 ‘에임스연구소’는 현대 희토류 산업의 발생지로 꼽힌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지원하던 화학 연구 프로그램 ‘에임스 프로젝트’가 기원이다. 에임스 프로젝트는 고순도 우라늄 생산이 목적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희토류 원소를 그램 단위로 분리하는 이온 교환 기술과 대규모 토륨 제조 공정이 개발되자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1947년 정식으로 에임스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에 희토류정보센터를 설립해 국방부 등 정부와 업계에 관련 기술·정보를 전파하게 하면서 꽤 오랜 기간 미국은 희토류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1970년대 중반 영토에 세계 최대 규모 희토류가 매장돼 있음을 알게 된 중국은 산업 육성에 나섰다. 오일쇼크 후 자원 무기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덩샤오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동에는 석유가 있지만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며 개발을 장려했다. 1985년 에임스연구소의 체계를 모방한 중국희토류정보센터를 설립해 기술 개발에 몰두한 중국은 정제 기술은 물론 설비와 전력, 수송 인프라까지 경쟁력을 강화했다. 미국에서 관련 학위를 받은 유학생들이 연구를 이끌었다. 반면 미국에선 관심이 시들해졌다. 환경오염 문제가 원인이었다. 희토류 정제에는 다양한 화학약품이 사용돼 필연적으로 독성 폐수가 발생하고, 희토류 원소는 방사성 원소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방사능 오염 우려도 존재한다. 1970년 창설된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희토류 산업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한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장밋빛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 희토류 연구 지원은 급감했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력은 역전됐다. 2010년 당시 미국 유일의 희토류 채굴지였던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하던 몰리코프사의 최고경영자 마크 스미스는 의회에 출석해 “우리 과학자 17명이 중국에서 희토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 600명과 경쟁하고 있다”며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희토류를 다뤄본 학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희토류 산업의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보여주는 함의 중 하나는 기술과 환경의 공존 문제다. 중국의 희토류 채굴·정제 시설 주변의 환경오염 보도를 보면 미국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에 전전긍긍하다 환경오염 논란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자국 내 채굴을 늘리겠다는 미국의 결정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술 경쟁력도 잃고 환경도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기술과 환경의 공존 딜레마는 희토류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취임 후 미국 정부 소유 자동차 64만대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친환경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미국 내 리튬 생산이 12배 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고 그는 자국 내 리튬 생산을 독려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채굴 과정에선 동식물 서식지 파괴나 인근 주민들의 권리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친환경 정책이 새로운 환경 파괴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셈이다. 원자력 기술의 대안 찾기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며 원자력 기술 개발을 등한시해 경쟁력을 잃게 되면 훨씬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고 안보상의 불이익까지 감내해야 한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풍력 발전용 터빈 제작엔 엄청난 양의 구리가 필요한데 구리 광산의 환경 파괴는 외면한 채 원전 인근의 오염만 우려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주력 산업이 친환경으로 변할수록 핵심 광물의 수요는 더 늘어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공짜가 아니며 친환경 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대안이 제시되기 전엔 기존의 기술을 섣불리 포기해선 안 된다. 기술이 개선되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발전하게 마련이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낙인찍혔던 기술이 강력한 친환경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정승훈 논설위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