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의 고향 영국, 김선도 목사의 발자취를 기억하다

입력 2025-10-23 03:06 수정 2025-10-23 03:06
감리교 운동을 시작한 존 웨슬리의 동상.

“두 유 노우 웨슬리 채플?(Do you know Wesley Chapel?)”

존 웨슬리 기념교회를 가기 위해 런던의 빅벤 앞에서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중년의 백인 기사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잘 알고 있다”며 네비게이션도 켜지 않고 달렸다.

최근 국민일보는 영국 런던 북동쪽 시티로드 49번가 존 웨슬리 기념교회를 방문했다.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가 1778년 주철 공장 자리에 직접 세운 교회로 전 세계 감리교회의 모교회다.

예배당 건물은 250년 전의 소박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교회 앞마당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찾는다는 택시 기사의 말이 헛말이 아닌 듯했다. 교회 게시판에는 다양한 모임과 예배를 알리는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고 김선도 감독의 흉상이 영국 런던 웨슬리 기념교회 입구에서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오른편에 하얀 흉상이 일행을 반겼다. 흉상의 이름은 ‘SUNDO KIM(김선도)’. 한국 감리교회의 목회자인 고 김선도 감독이 전 세계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예배당 2층에는 광림룸(Kwanglim Room)이라는 공간도 있었다. 이 교회 담임 제니퍼 스미스 목사는 “교회학교 예배를 비롯해 다양한 모임이 광림룸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최근 웨슬리 기념교회 예배실에서 제니퍼 스미스 목사(왼쪽)와 김정석 감독회장(오른쪽)이 대화하는 모습.

김 감독과 웨슬리 기념교회의 인연은 여러 해를 거슬러 간다. 영국 감리교회 감독을 지낸 레슬리 그리피스 상원의원은 김 감독과 처음 만났던 일을 들려줬다. 그가 이곳 웨슬리 기념교회 담임으로 일하던 시기였다.

“교회 건물을 잠근 해 질 녘이었습니다. 교회 앞마당에 사람들이 들어서는 모습을 제 사무실 창문으로 보았어요.”

이미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그리피스 목사는 “무엇인가 나를 그들이 서 있는 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성지 순례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웨슬리 기념교회를 찾은 한국인 일행이었다. “예수님이 사셨던 곳을 방문하고 서울로 가는 길에 웨슬리가 살았던 곳을 찾아 왔다”는 그들을 위해 그리피스 목사는 교회 문을 열고 곳곳을 안내했다. 키 작은 남자는 동료들에게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을 모두 찾아보자”면서 즉석에서 모금했다.

“웨슬리의 사역을 이어가는 일에 사용해 주십시오. 저는 김선도 목사입니다.”

훗날 김 감독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리피스 의원은 광림교회의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소탈하고 겸손한 그가 10만 성도가 모이는 세계 최대 감리교회의 목사였던 것이다.

“그 뒤로 여러 차례 그분을 만났지만 늘 소박하고 다정한 대화로 제 마음을 열게 했어요. 그분은 보수적인 신앙이 있었지만 제가 진보적인 성향인 것을 알면서도 진심으로 맞아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웨슬리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분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존 웨슬리가 런던 빈민가 주민을 위해 무료 진료소와 학교를 세우고, 노예 해방과 도덕 재건 운동을 벌였듯이, 김 감독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농촌과 군, 도시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목회를 했다. ‘세계가 나의 교구’라고 외쳤던 웨슬리처럼 김 감독도 튀르키예 에스토니아 짐바브웨 등에서 선교했다.

옥스퍼드미션연구센터(OCMS) 폴 사무엘 소장은 “김 감독은 지역 목회에 집중하던 사역 초기부터 세계 선교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오늘날 광림교회가 그분의 선교 비전을 이어 세계 교회와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곳 웨슬리 기념교회 지하에는 감리교 박물관이 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공간에 광림교회가 2011년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교회 입구에 김 감독의 흉상이 세워진 것도 이때였다. 2013년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 감독은 “200년 전 이곳 런던에서 웨슬리 형제로부터 시작된 영적 물결이 1885년 한국에 이르렀고, 이제는 우리가 이곳 박물관 건립에 이바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을 회상하던 그리피스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웨슬리안 운동이 한국의 김 감독을 통해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그는 영적인 신앙과 사회적인 신앙 모두를 포용한 거인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을 잊지 못할 겁니다.”

런던=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