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부동산 내로남불

입력 2025-10-22 00:40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조어다. 1996년 여당의 야당 의원 빼내기에 야당이 반발하자 너희는 안 그랬냐며 한 말이다. 그런데 그 발언엔 “내가 부동산을 사면 투자고 남이 사면 투기냐”란 비유도 들어 있었다. 당시엔 서울과 지방 집값 차이도 크지 않을 때다. 약 30년 뒤를 내다 본 탁견이었다.

부동산 내로남불의 상징은 문재인정부다. ‘투기와의 전쟁’을 지휘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5% 상한의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 올렸던 게 들통나 경질됐다. 강남에 거주하던 장하성 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강남에 집이 두 채였던 김조원 민정수석은 “매각하라”는 윗선의 요구에 아예 청와대를 떠났다. ‘내로남불’ 못잖은 ‘직 대신 집’의 선구자 격이다.

문재인정부의 명성(?)에 이재명정부가 도전할 태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운을 뗐다. 10·15 부동산 대책(실거주 의무·갭투자 금지)을 두둔하며 “빚 내서 집을 사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그는 송파구에 40억대 재건축(예정) 아파트를 소유한 채 지역구인 동작구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게 이 정부가 말하는 투기”라는 반응이 많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재산세를 1%(로 높게) 매길 경우 집값이 50억이면 1년에 보유세가 5000만원이다. 버티기 어렵다”며 보유세 강화를 강조했다. 그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시세가 최대 50억원에 이른다 한다. 온라인에서 그가 집을 팔까, 버틸까 논쟁이 한창이다. 대부분 버틸 거로 본다.

압권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10·15 대책을 설명하며 “지금 말고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돈 모아서 사면 된다”고 했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가능한 얘기인가. 게다가 그는 판교에 아내 명의의 33억대 아파트가 있는데 임대보증금이 15억원 가까이 된다. 갭투자가 의심된다. 이 차관 같은 사람이 집을 못사게 하려는 대책을 이 차관이 주도한 셈이다. 황당할 뿐이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