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식료품 보조도 중단되나… 벌써 20일 넘긴 美연방정부 셧다운

입력 2025-10-22 00:37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 철책에 17일(현지시간) ‘구역 폐쇄’ 안내문이 걸려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21일을 기해 정확히 3주째를 맞았다. 신화연합뉴스

상원 임시예산안 또 부결…
11번째 취약계층부터
복지중단 위험 노출
4200만명 지원 '푸드스탬프' 위태

트럼프, 정부 구조조정 기회로 활용
민주당 "공화당 지지층도 타격" 압박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장기화되면서 식량 지원 등을 받아온 취약계층부터 복지 중단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셧다운을 막기 위한 상원 임시예산안 표결은 20일(현지시간)에도 50대 43으로 부결됐다. 벌써 11번째다. 연방정부가 치안과 항공관제 등 필수 기능은 유지하면서 ‘있는 듯 없는 듯’ 운영되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한 여야 견해 차이로 촉발된 셧다운이 다른 복지 기능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은 21일에 정확히 3주째를 맞이한다. 가장 시급한 위기에 노출된 것은 취약계층 식량 지원 프로그램이다. CNN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다음 달부터 약 4200만명을 지원하는 ‘푸드스탬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드스탬프는 저소득층 가정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으로 미국인 8명 중 1명꼴로 혜택 대상이다. 월평균 188달러(26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푸드스탬프는 약 60억 달러 규모의 비상 예산이 있지만 11월에 지급될 혜택 총액은 약 80억 달러로 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무부는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이 지속될 경우 다음 달 푸드스탬프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각 주정부에 통보했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푸드스탬프 프로그램 자금이 2주 안에 바닥날 것”이라며 “수백만 취약계층 가정, 굶주린 가정들이 이번 셧다운으로 이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17개 주에선 신규 푸드스탬프 신청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수백만명의 성실한 미국 가정에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적이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연방정부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우선시하고 푸드스탬프 자금을 확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저소득층 여성과 유아를 지원하는 영양 프로그램 ‘WIC’(Women, Infants, and Children)도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WIC는 이달 초 자금 고갈 위기에 처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별도의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3억 달러를 전용해 가까스로 운영 중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푸드스탬프 자금 부족에도 개입해 사태를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을 정부 구조조정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언해온 교육부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일 “교육부는 이미 올해 초에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는데 이번에는 셧다운을 이유로 추가로 465명을 해고하려 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연방 담당자들과 민권국에 대한 추가 감축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부처를 폐지하려면 상원에서 60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 대신 셧다운을 이유로 대규모 해고에 나서면서 사실상 부처를 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저소득층 대학생과 장애 학생, 재향 군인 등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TRIO 프로그램’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각종 현금 지원이나 복지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줄이고 있고 영구적으로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방 공무원들이 무급 휴직 상태이거나 급여 없이 근무 중이지만, 트럼프는 군인과 필수 공무원 등에게는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우회 방안을 사용하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이번 셧다운의 핵심은 임시예산안에 건강보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담느냐는 것인데 공화당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에서조차 오바마케어 가입자가 2021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 공화당의 딜레마다. 워싱턴DC의 비영리 연구단체 KFF에 따르면 현재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4분의 3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한 주에 거주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이상이 보조금을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바마케어 보조금은 올해 말 종료된다.

민주당은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없애는 데 집착하고 있다며 “그들은 매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보조금이 끊기면 자신들의 지지층도 타격을 받는 것을 알지만 지금과 같은 오바마케어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보조금이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 적자가 약 35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셧다운을 종료하는 어떤 타협안에도 오바마케어 보조금 문제 해결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 보조금 연장안은 공화당 의원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전했다. 오바마케어가 2010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이고 공화당이 계속 반대해온 대표 정책이기 때문이다.


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