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20일 밝혔다.
김 장관은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대미 투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선에서 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협의가 준비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또 “양측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는데 일치감이 있다”면서 “그 시점보다는 과연 우리 국익에 맞는 타이밍까지 왔느냐가 더 우선이고, 가능한 범위 내를 찾기 위해서 마지막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함께 지난주 일제히 미국을 방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대미 협상단은 투자패키지 내 현금 비중을 낮추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출·보증 비중 증가와 연간 최대 300억 달러 분할 투자 등을 미국이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협상의 성패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관세협상에서 투자금의 약 5%만 지분 투자로 하고 나머지는 보증과 대출로 채우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은 먼저 협상을 타결한 일본처럼 미국이 용처를 정하면 45일 내 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V)에 납입하는 방식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APEC 전 남아있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투자펀드의 투자처를 누가 정하느냐를 놓고도 막판 기 싸움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낙관도 비관도 아닌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막판 쟁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대부분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있어 각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해서 추가로 더 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대미투자펀드의 자금조달 방식으로 거론되는 ‘통화 스와프’에 대해 일축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은과 미 재무부 간 통화 스와프 방안에 대해 “검토한 적이 없다”며 “통화 스와프는 단기 유동성이 목적이고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이의재 최승욱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