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백화점 앱에 물으면 AI가 답한다

입력 2025-10-21 00:51

20일 현대백화점 앱을 열고 “신혼부부 집들이 선물로 뭐가 좋을까?”라고 묻자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헤이디’가 이솝·딥티크·빌레로이앤보흐 등을 추천했다. 브랜드 이름 옆 선물 아이콘을 누르면 구매와 선물 전송 창으로 이어졌다. “50대 부모님과 갈 만한 식당을 추천해줘”라는 요청엔 “편안한 분위기와 정갈한 음식이 있는 곳이 좋겠다”며 식당 네 곳을 제안했다. 같은 화면에서 식당 예약과 웨이팅 등록까지 마칠 수 있었다.

유통업계가 AI를 활용한 대화형 쇼핑 어시스턴트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이전엔 소비자가 직접 검색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패 없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며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외국인 전용으로 시작한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최근 내국인 대상으로 확대했다. 현대백화점과 아울렛 점포의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매장·식당·팝업스토어 등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외국인 이용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순 영업정보를 제외하면 “한국 여행 기념 선물로 무엇을 사면 좋을까” “K패션 아이템을 살 건데 좋은 팝업 추천해줘” 등 ‘탐색형 문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된 정보만 활용하는 일반적인 생성형 AI 모델과 달리 내부용 정보에 기반해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안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화형 AI는 대형마트와 식품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월 와인 등 전문 앱 ‘보틀벙커’에 ‘AI 소믈리에’ 기능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입력한 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픽업 예약까지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CJ제일제당도 지난 5월 CJ더마켓에서 AI 검색 서비스 ‘파이’를 시작했다. “오늘 저녁 뭐 먹지?” “고단백 저칼로리 간편식 없을까?”처럼 상품명을 알고 있는 특정 제품 검색이 아닌 탐색 중심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대화형 AI가 검색 보조를 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이끄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화여대 한윤주·예스옌·박정은 연구팀은 ‘대화형 인공지능이 소비자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화형 AI와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긍정적인 감정은 플랫폼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며, 이는 재방문과 구매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은 AI를 브랜드 경험의 접점으로 인식하고 응답 정확도, 대화 일관성, 개인화 수준 등을 개선하며 정서적 연계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서도 AI와 쇼핑의 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월마트는 향후 챗GPT 내에서 직접 월마트 상품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챗GPT 내 쇼핑 카테고리 검색 비중은 7.8%에서 9.8%로 늘었다. 베인앤드컴퍼니 관계자는 “전체 프롬프트 수가 7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라며 “이제 ‘AI 최적화’는 B2B 및 소비재 브랜드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