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없다” 이스탄불공항의 비결… 유료 패스트트랙

입력 2025-10-21 02:01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공항에서 외국인 승객이 패스트트랙 서비스인 이가패스를 이용해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일권 또는 연간권을 구매하면 일반 승객과 구분된 게이트, 보안검색대 등을 통과해 빠르게 탑승구로 갈 수 있다. 이스탄불=공항사진기자단

지난 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서자, 파란색 바탕의 ‘이가 패스’(iGA PASS) 창구가 눈에 띄었다. 일반 대기 줄에는 승객들이 길게 서 있었으나 이가 패스 이용객은 전용 게이트를 통해 곧바로 체크인 카운터와 보안검색대로 향할 수 있었다.

이가 패스는 사용도 간단하다. 공항 출입문 앞 창구에서 미리 내려받은 QR코드를 등록한 뒤 공항에서 이동을 시작했다. 체크인부터 출국 수속, 탑승 구역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남짓. 거대한 공항에서 ‘기다림’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스탄불공항 부지 면적은 약 7600만㎡로 인천공항(2410만㎡)의 3.5배 규모다. 그러나 이가 패스를 이용하면 단 몇 분 만에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다. ‘이가 패스 데일리’는 하루 동안 패스트 체크인·보안검색·라운지·버기(카트를 이용한 이동)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110유로에 부가세(VAT) 20%까지 더해 약 20만원. 연간권은 등급별로 플러스(499유로·83만원+VAT), 엑스트라(699유로·116만원+VAT), 프리미엄(999유로·166만원+VAT) 상품도 있다. 가족 단위 이용도 가능하다.

이 공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허브로 꼽힌다. 114개 항공사가 322개 노선을 운항한다. 지난해 여객 수는 8007만명, 하루 평균 1500편의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이용객은 공항이 직접 운영하는 이가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식사·주류·샤워실·업무 공간·당구대 등이 갖춰진 5000㎡ 규모 공간에서 고속 와이파이도 제공된다. 환승객이나 장거리 여행객이 잠시 숨을 고르기에 충분하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 이가 패스 이용객은 약 150만명이었다.

아이든 베르킨 셴튀르크 이가 패스 로열티 및 파트너십 관리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2019년 개항 초기에는 제휴 회원 전용 프로그램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일반 여객에게도 개방했다”며 “중요한 것은 ‘부자 전용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패스트트랙 도입이 간단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노인,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별도 게이트를 운영하지만 유료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국민정서상 부자 특혜나 위화감 조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이스탄불공항에 파견돼 근무 중인 홍서연 차장은 “공기업인 인천공항과 달리 이스탄불공항은 민간 기업”이라며 “이 서비스에 대한 위화감이나 국민 반발은 전혀 없다. 정당한 비용을 내고 합당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공항 운영사 iGA는 칼리온 인샤아트(55%)와 젠기즈 인샤아트(45%)가 지분을 보유한 민간 기업이다.

이스탄불=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