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10년 넘게 사역한 A선교사는 몇 년 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을 방문했다가 범죄조직이 마약을 제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겉보기에는 카지노가 딸린 일반 호텔이었지만 내부에는 ‘마약 공장’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A선교사는 20일 “호텔 안에서는 조직원들이 (마약 제조) 동영상을 틀어놓고 마약을 만들고 있었다”며 “반대편에서는 한국인들이 실시간으로 아바타 도박 방송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바타 도박은 카지노 원격 중계를 통해 국내 도박꾼을 대신해 현지 대리인(아바타)에게 온라인으로 베팅을 지시하는 불법 도박이다.
복수의 현지 선교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로 유입된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범죄조직이 캄보디아에 독버섯처럼 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각종 사기와 마약 범죄의 온상이 된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범죄조직이 호텔 등에서 제조한 마약은 한국으로 유입된다. 실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은 올해 상반기에만 22.58㎏으로 7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건물 전체를 통으로 얻어놓고 한국인을 감금하는 등 기업형 범죄 발생 배경에는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B선교사는 “중국계 자본이 경제를 잠식하고 토지 매입, 영주권 취득 등으로 캄보디아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며 “경찰이 체포해도 뇌물만 주면 바로 풀어주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의 조치는 범죄조직이 더 치밀해지고 진화하도록 돕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내 정치 불안도 범죄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의 권력자 훈 센 전 총리 일가와 고위층 인사들이 범죄조직 배후에 있다”는 의심이 퍼져 있다.
현지 한인들은 2010년대 중반 시아누크빌 개발 당시 중국 자본과 함께 들어온 중국 범죄조직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범죄조직이 현지 권력자들과 결탁해 뿌리내리고 호텔, 카지노 등 여러 사업체를 인수하며 캄보디아 경제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 구출 활동을 하는 C선교사는 “캄보디아 정부에서 비호해주다 보니 범죄조직이 활개치는 것”이라며 “캄보디아 1년 국내총생산의 30~40%가 검은돈이라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한국인 2000~3000명은 매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3명이던 캄보디아 출국자와 한국 입국자 수 차이는 2022년 3209명, 2023년 2662명, 2024년 3248명으로 폭증했다. 올해 1~8월에도 6만7609명이 캄보디아로 향했지만 6만6745명만 귀국해 864명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경진 기자, 시아누크빌=글·사진 김이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