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가 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적용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전날까지 이른바 ‘갭투자 5일장’(10·15 대책 발표와 토허구역 시행일까지 유예기간) 막차 수요가 몰리며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온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날 서울 광진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매수 문의가 뚝 끊긴 채 한산했다. 이곳 중개사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문의 전화도 없었다”며 “부동산들은 완전 전멸인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오늘부터 토허구역이 시행돼서 갭투자(전세 낀 매매)는 일요일까지 다 끝났고 그냥 조용하다”며 “한동안 일이 없으니 ‘이제 인형 눈알이나 붙이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10·15 대책에 따라 지난 16일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대출규제가 강화 적용된 데 이어 이날부터 토허구역까지 ‘3중 규제’가 시행되면서 한동안 거래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갭투자 5일장’ 마지막 날이던 지난 19일에도 갭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들은 주말 영업을 하며 계약을 진행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어제도 세입자가 있는 저층 매물이 거래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19일 서울에서 이뤄진 매매 계약은 471건이다. 노원이 39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대문·성북(36건), 양천(35건), 중랑(29건), 성동(26건), 마포(23건)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매매 계약 신고기한은 계약일부터 30일 이내여서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고가 경신 거래도 곳곳에서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 1·2·3차 전용 136㎡는 대책 발표일인 지난 15일 38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7월(27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상승 거래다. 같은 날 성동구 응봉동 대림강변타운 전용 114㎡는 23억원,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는 24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대출규제가 적용된 지난 16일 이후에도 토허구역 규제를 피하기 위한 매수세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7㎡는 27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104㎡는 지난 17일 13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2021년 집값 폭등기 최고점(13억8300만원)에 근접했다.
하지만 ‘3중 규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격히 줄었다. 한동안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집값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황을 보고 내년에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포구의 공인중개사도 “가격이 떨어질 요인이 없다. 보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