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올해 1월 1일부터 부동산 재산세 개혁을 본격화하면서 사회적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세 부담이 최대 세 배 가까이 늘면서 이에 불복한 납세자들의 위헌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개편 움직임이 일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이를 교훈 삼아 신중한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독일 재산세 개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개정된 재산평가법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과거 동·서독 시절 제각각이던 부동산 과세 기준 시점을 2022년으로 개편해 현 시세를 반영하도록 했다. 또 개발 가능한 유휴토지에도 세금을 새로 부과해 매각을 유도함으로써 주택공급을 늘리는 구조를 도입했다.
독일의 재산세 개혁 배경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지목된다. 재정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소득세 과세 기반은 약화되면서 보유세를 높이자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제기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제연구실 연구위원은 20일 국민일보에 “독일은 취득세 부담이 커 재산세 비중을 낮게 유지해왔지만,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관련 세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의 급격한 세율 인상은 반발을 불러왔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의 단독주택 소유자는 개혁 이전보다 평균 135%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재산세 이의신청 건수만 수백만 건에 달하고 납세자들의 위헌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결국 내년 중 보완 입법을 추진해 재산세 개혁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보유세 인상을 거듭 언급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독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세제 개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보유세 개혁은 대중세라 사회적 반발이 크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급격히 올리기보다 전체적으로 ‘물 높이’를 서서히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역시 독일처럼 취득세 부담으로 재산세를 비교적 낮게 유지해왔고, 고령화 문제도 안고 있어 비슷한 방향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임 연구위원은 “독일 사례는 단순히 세금 조정이 아니라 고령화와 재정 수요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개혁이다. 한국도 장기적으로 보유세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고, 신중하지만 개편 방향성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