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턱틀라 사원. 입구에서부터 약 300m를 걸어가자 지난 8월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 시신이 있는 안치소가 보였다.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안치소 전면부엔 추모의 의미를 담은 향과 과일 등이 가득했다.
평소 한적한 분위기의 사원엔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 현장엔 한국 취재진 40여명과 캄보디아 경찰 50명 이상이 몰렸다. 캄보디아 경찰은 오전 8시30분쯤 취재진을 통제하며 시신 안치소 인근에만 설치됐던 경찰 통제선을 화장장 쪽까지 확장했다. 캄보디아 보건부 등 정부 당국자들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부검은 한국에서 파견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과 경찰 수사관 등 한국 관계자 6명과 캄보디아 경찰 관계자 6명이 참여해 공동으로 시행됐다. 평소엔 1시간가량 걸리지만 이날 부검은 오전 10시35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박씨 시신에서 장기 적출 등 훼손 흔적이나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이날 박씨에 대한 부검이 끝난 후 언론 공지를 통해 시신 훼손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 검사 및 약독물 검사 등을 종합해 확정될 예정이다.
박씨 시신은 부검 절차가 끝난 직후인 오후 1시40분쯤 내부 화장장으로 이동해 화장됐다. 경찰은 “박씨의 유해는 20일밤 캄보디아를 출발해 21일 오전 7시쯤 한국에 도착해 유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범죄조직의 고문에 의해 8월 8일 보코산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그의 시신에선 멍 자국과 상처 등 고문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원 관계자는 “박씨가 고문당하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의 시신)가 절차상 문제로 여기에 두 달 이상 머물렀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박씨 시신이 안치됐던 턱틀라 사원은 공공장례식장 겸 화장시설이다.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장례와 화장 절차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원엔 한국인 시신도 간혹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장례업체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직접 본 한국인 시신만 5구 정도다. 회사에선 지금도 한국인이 4구 정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동남아 등 해외 체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종·납치·감금 수사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광수단 내 수사대별 각 1개팀과 사이버수사대 2개팀 등 44명으로 구성된다. 특히 사이버수사대는 고액 아르바이트 유인 광고 게시자에 대해 계좌 및 IP 추적 등을 통해 적극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범죄단지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에 대해서도 전담팀을 편성했다”며 “관련 첩보를 입수해 분석 중이며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바로 내사나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