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대만… 1인당 GDP까지 한국 추월할 듯

입력 2025-10-21 00:18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파운드리(외부에서 반도체 설계도를 넘겨받아 생산만 하는 것)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운 대만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에 힘입어 비상하면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1인당 GDP가 지난해(3만6239달러) 대비 0.8% 감소한 3만5962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IMF 통계에 포함되는 197개국 중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한다.


반대로 대만은 올해 1인당 GDP가 3만7827달러로 지난해(3만4060달러) 대비 3767달러(11.1%) 증가해 38위에서 35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측대로라면 2003년 한국(1만5211달러)이 대만(1만4040달러)에 앞서기 시작한 뒤 22년 만에 두 나라 순위가 다시 바뀌게 된다. 대만은 내년 4만1586달러를 기록해 한국보다 2년 먼저 4만 달러 선을 돌파한 뒤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 5년 뒤인 2030년(5만252달러)이면 5만 달러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한국은 4만4262달러로 대만보다 6000달러 가까이 낮다.

대만의 약진은 ‘반도체 굴기’를 바탕으로 절치부심한 결과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섬이 되겠다’며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는데 이 회사가 미국 엔비디아·AMD 등 AI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의 최첨단 공정 위탁 생산 허브가 됐다. AI 운영에 꼭 필요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 단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선단 공정 물량을 우선적으로 빨아들이면서 대만 전체의 명목 GDP가 크게 올라갔다.

AI 서버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도 관련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보지만 주도권은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가 쥘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면서 생산 잠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급상승한 원·달러 환율도 달러로 환산되는 1인당 GDP 산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요 투자은행(IB) 중 대만 경제를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일본 노무라증권은 “대만 경제는 3분기 들어 2분기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에서 7.6% 증가로 조정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