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특검이 20일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출범 110일 만이다. 특검은 주요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수사의 또 다른 축인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검은 채해병 사건 발생 1년 전에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취지의 배우 박성웅(사진)씨 등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채해병 특검은 이날 이 전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군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 피의자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업무 행위에 대해 대통령과 그 참모들, 국방부 장관 및 국방부 관계자들, 군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외압을 행사한 중대한 공직범죄 사건”이라며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용서류무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모해위증, 공무상비밀누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23년 7~8월 해병대 수사단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를 거치며 사건이 축소되는 일련의 과정을 이 전 장관이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특검의 ‘구명 로비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배우 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2022년 8~9월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오후 9시 이 전 대표와 술자리에 동석했고, 2시간여 뒤 임 전 사단장이 합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얻어냈다. 특검은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정필씨와 이씨 측근 A씨로부터도 유사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을 ‘우리 성근이’라고, 이씨를 ‘강남에서 잘나가는 사업가’라고 하며 서로 인사시켰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박씨 진술을 이 전 대표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본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7월 19일 채해병 순직사건 이후 채해병 소속 부대장이던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두 사람은 의혹을 부인하며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은 서로 만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박씨와 술자리를 가진 것은 맞다”면서도 “임 전 사단장과 만난 적 없으며, 술자리에 동석한 적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중이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