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사법개혁안, 이렇게 밀어붙일 일 아니다

입력 2025-10-21 01:30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사법개혁안을 내놨다.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추천위원회에 변호사 단체 목소리를 키우고, 법관 평가제를 시행해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변호사 단체 의견을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하며,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사법개혁안에 덧붙여서 재판소원제를 별도 입법으로 추진해 대법원 판결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리할 수 있는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거론됐던 민주당의 사법개혁 구상에서 급진적인 부분을 일부 덜어낸 측면은 있다.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리고 법관 평가에 국회가 개입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번 개혁안에선 배제됐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는 여전히 상존한다. 대법관을 지금 이렇게 늘리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임 중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니 여권 ‘입맛’에 따라 특정인의 재판 결과를 좌우할 재판부 구성이 가능해진다. 대법관 추천위원회와 법관 평가에 나란히 변호사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는 것도 ‘사법부 장악’의 우회로 성격이 짙다. 국회의 직접 개입에 따른 삼권분립 논란을 피하려 변호사 단체 목소리를 키운 것일 텐데, 법원 지휘부의 영향력을 축소해 외부 입김을 늘리는 본질은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 공정한 재판을 제때 받을 기본권의 보장이 이 개혁안을 통해 어떻게 나아질지 짐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법개혁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소됐을 만큼 사법부가 전력을 기울이던 과제였고, 골자는 재판 지연의 해소에 있었다. 1·2심의 재판 적체 현상을 줄이고 대다수 사건이 상고심까지 이어지는 관행을 바꿔 갈등 조율 기관인 법원의 효용성을 높이려고 개혁을 말했던 것인데, 지금 민주당 개혁안은 이 문제를 고민하긴 했는지 의문이 든다. 재판 지연의 본체인 1·2심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은 채 최종 판결을 내리는 대법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만 몰두했다. 만약 이 개혁안이 실행된다면 그 수혜자가 과연 대다수 국민일지, 아니면 일부 정치인일지 의구심이 든다.

사법개혁은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민주당 개혁안은 그동안 국민이 납득하고 수용해온 절차를 송두리째 뒤엎으려 한다. 더 정교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많은 논의와 숙고와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