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콜롬비아 대통령은 마약 수장”… 남미 좌파와 확전

입력 2025-10-20 18: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통령을 ‘마약 조직 수장’이라고 부르면서 콜롬비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에 이어 콜롬비아를 향해서도 적대적인 외교에 나서면서 남미 좌파 정부와의 충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불법 마약 조직의 수장으로 콜롬비아 전역의 크고 작은 농장에서 대규모 마약 생산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트로는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금과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을 장기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어떠한 보조금이나 지원금도 콜롬비아에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그동안 콜롬비아에 해온 마약 밀매 퇴치 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선박을 단속한다며 무고한 어부를 살해했다는 페트로의 비판 직후에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초부터 카리브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여명이 미군에 사살됐다. 페트로는 이 중 지난달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콜롬비아인이 “평생 어부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미국 정부가 살인을 저지르고 우리 영해에서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페트로는 또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 당시 뉴욕 유엔본부 밖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하라. 인류의 법칙에 복종하라”고 외쳐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

콜롬비아는 남미 국가 중에선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인 페트로가 2022년 8월 취임하고,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하면서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주 미국은 약 30년 만에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남미 좌파 정부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선 축출 의지를 드러내며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 수행을 승인했다.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격도 계속하는 중이다.

트럼프는 브라질에 대해선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기소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조만간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긴장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아르헨티나 우파 정부가 외환 위기에 처하자 재정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 9일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와 추가 200억 달러 지원을 발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