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25%) 부과 이후 미국 업체들이 선행 수주물량을 취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A사는 전반적인 사업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중국·일본에서 원자재를 공급받는 중소 기계업체 B사는 최근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 통제 여파로 중국·일본산 원자재가 각각 50%, 32% 올랐다. 원청 대기업이나 해외 거래처는 신규 제품 주문보다 재사용을 위한 수리 주문만 하는 상황이라 영업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미국발 관세 압박, 미·중 갈등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면서 올해 국내 제조기업 경영 실적 전망이 코로나19 확산기 때보다 암울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기업 2275곳을 대상으로 ‘2025년 기업 경영실적 전망 및 애로요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제조기업 75.0%가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설정한 목표 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2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매년 9월 전국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그해 경영실적 전망을 조사하는데, 올해 전망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조사보다도 부정적이다. 당시에는 연초 설정한 목표 수준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이 74.0%였다. 올해 영업이익이 목표치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20.4%,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 전망한 기업은 4.6%에 그쳤다.
제조기업들의 영업수지 전망도 안 좋다.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일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32.1%에 달했다. 제조업체 3곳 중 1곳가량이 마이너스(-) 실적을 전망하는 것이다. 올해 흑자를 예상한 기업은 27.0%에 불과했다. 지난해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전환된 기업은 7.1%로,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한 기업(3.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은 경영상 비용 측면에서의 애로사항을 묻는 말에 ‘원자재가 상승’(42.5%)과 ‘인건비 상승’(3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리·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이 최근 몇 년새 꾸준히 상승했고, 인건비 관련해서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이 기업 부담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경영 관련 법·제도 부담에 대한 체감 관련 질문에는 ‘가중됐다’는 응답이 44.3%로 ‘감소했다’(5.2%)는 응답을 압도했다. 정기국회 입법 논의와 관련해 기업들은 ‘법인세 등 기업비용 증가’(50.5%)를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지목했다.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 제도 규제 강화’(40.6%)와 ‘노사관계 부담 증대’(38.6%) 등도 우려되는 입법 논의로 꼽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동 속에서 관세 부담과 내수 침체, 비용 상승 등 복합 리스크를 한꺼번에 감내하는 중”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입법을 통해 기업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